[박철근의 브랜드스토리]눈물의 화형식…갤럭시 신화의 초석이 된 ‘애니콜’

박철근 기자I 2019.03.30 10:23:25

휴대전화 사업 진출 이후 6년 만에 ‘애니콜’ 브랜드 탄생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뜻 담아
첫 모델 불량률↑…불량제품 수거 후 구미사업장서 공개 화형
노키아와 세계 휴대전화 시장 양분…기술 진화 거듭해 ‘갤럭시’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40대 이상 세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휴대전화 브랜드를 꼽으라고 하면 갤럭시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아닐 것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 모토로라의 ‘스타텍’이나 LG전자(066570)의 ‘싸이언’, 그리고 삼성전자(005930)의 ‘애니콜’(Anycall)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애니콜은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역사이자 오늘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기술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뜻을 담은 애니콜(SH-100)은 1988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가 사업 진출 6년만에 처음 발표한 휴대전화 브랜드다. 당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맹주였던 모토롤라를 겨냥한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처음이 쉽지는 않은 법.

삼성전자가 1988년 첫번째로 생산한 생산한 휴대전화 SH-100. (사진= 삼성전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제품(SH-770)은 사업 초기에 불량률이 10%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이건희 회장이 주변 지인들에게조차 애니콜 제품에 대한 불만을 듣게 됐고 결국 불량제품 전량 수거 및 신제품 교환이라는 강수를 던졌다.

불량으로 수거한 제품은 모두 15만대로 당시 규모가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거한 제품은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임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전부 소각했다. 이 사건이 소위 ‘애니콜 화형식’이다.


이후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품질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애니콜은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인 노키아와 경쟁하며 1997년에는 올림픽 무선분야 공식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에 소위 ‘이건희폰’이고 불린 SGH-T100 제품은 단일 모델 최초로 1000만대가 팔렸다. 이 제품은 컬러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탑재하고 조약돌을 닮은 디자인을 결합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에 출시한 일명 ‘벤츠폰’(SCH-E470) 역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애니콜의 기술혁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은 세로’라는 고정관념을 깬 소위 가로본능폰인 ‘SCH-V500’. (사진= 삼성전자)
‘휴대전화 화면은 세로’라는 고정관념을 깬 ‘SCH-V500’은 가로본능폰이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은 화면을 가로로 돌려 VOD(주문형 영상정보서비스)·MP3·카메라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새로운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스마트 기기의 보편적인 기술이지만 2005년에는 무선 스테레오 헤드셋이 생소한 기술이었다. 삼성전자는 그해 일명 블루블랙폰(SCH-V720)이라는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1000만대 이상 판매한 제품의 계보를 이었다.

이처럼 진화를 거듭하던 애니콜은 삼성전자가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본격 출시하면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더이상 피처폰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약 20년간 이어진 애니콜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사태를 보면 애니콜 화형식처럼 품질 이상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해의 대규모 손실보다 제품과 회사 브랜드의 영속성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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