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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없는 극한직업 '소방관'... 10명중 4명 '척추디스크'

이순용 기자I 2018.03.12 09:12:52

소방관 공상자 2012년 285명에서 2016년 448명까지 5년새 약 1.6배 증가
척추디스크 진단받은 소방관 10명 중 4명꼴, 통증 심한 부위로는 '허리> 어깨> 목' 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어느덧 3월이다. 상춘객들로 전국의 명소들이 붐비지만 소방관들은 가장 바쁜 시기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3월은 1년 중 평균 상대습도(48.1%)와 강수량(평균 19.3㎜), 강수일(평균 4.7일)이 1년 중 가장 낮은 달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최근 3년간 전체 화재출동 건수에서도 전체 1만8342건 중 3월이 18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각종 화재참사들이 이어졌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부터 서울 종로여관 방화사건,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까지! 이를 계기로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국민 안전문제와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사소한 민원처리부터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인명구조 활동까지 나서는 소방관들의 건강을 위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방관이 짊어지는 장비의 무게는 산소통 무게 11Kg을 포함해 방화복, 공기호흡기 등 약 27Kg에 달한다. 사진제공-창원소방서


◇소방공무원, 직업 특성상 허리·목·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은 단골

2017년을 기준으로 전국 소방공무원의 전체 정원은 4만7457명이다. 이 가운데 현장인력(지방직 중 소방경 이하 계급에서 화재진압과 구급임무를 맡은 소방공무원)은 전체의 74%에 해당하는 3만52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장에서 부상을 입는 소방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 현황’에 따르면 2012년 285명이었던 공상자는 2016년 448명까지 증가했다. 5년간 소방공무원 전체 부상자 1천725명 중 구급활동으로 인한 부상자가 24.2%(419명)로 가장 많았고 화재진압으로 인한 부상자가20.2%(350명)로 뒤를 이었다.

소방호스를 들고 직접 화재 진압에 나서는 경우 수압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목,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인명을 구조할 때는 현장에서 들것에 환자를 옮기다가, 부상자를 처치하는 구급 활동 시에는 덜컹거리는 구급차를 타다가 허리 통증을 느끼기 쉽다. 시도 때도 없이 쇄도하는 각종 민원도 소방공무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동물구조를 비롯해 벌집제거, 벌레잡기, 닫힌 집 문 열기까지 만능 해결사가 따로 없다.

이처럼 사소한 생활민원부터 인명구조까지 도맡아 처리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 등이 소방관 8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은 소방공무원이 전체의 39.5%(3025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들이 가장 통증을 많이 느낀 신체부위로는 허리(64.9%), 어깨(50.5%), 목(40.4%)이 꼽혔다.

이성엽 창원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요통을 유발하는 많은 조건 중 반복적인 허리 굽힘과 무거운 것을 옮길 때가 있는데 소방공무원들은 업무특성상 위 조건들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며 “무거운 장비를 챙기거나 무리하게 진화작업을 하면서 만성요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구조·진화 작업시 낙상사고가 있으면 급성요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 제도개선, 첨단장비 도입 등 처우개선 위한 사회적 노력 필요해

소방관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들이 요구된다.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인력을 확충하고 소방관의 안전과 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방향 아래 낡은 소방 장비들을 첨단 장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서둘러 안전 위협요소를 최소화하는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첨단장비의 대표적인 사례가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전문업체 에프알티(FRT)에서 개발한 ‘하이퍼 R1’이다. 이 장비는 소방관이 착용하면 무게를 30% 체감할 수 있으며 시간당 6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장비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22㎏짜리 산소통(2개 무게)의 체감무게를 6.5㎏까지 줄여 소방관의 지구력과 근력, 구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줄어든 무게만으로도 근골격계 질환의 위협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다.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부담 없이 건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는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이 근로복지공단 병원을 방문하면 본인 부담 진료비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들의 접근성을 감안해 보다 폭넓은 병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성엽 원장은 “사회적 노력과 함께 소방관들이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국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며 “소방관들 스스로 ‘자기관리가 국민의 인명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평소 꾸준한 체력단련과 바른 자세, 스트레칭 등을 통해 척추와 관절 질환을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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