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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성추행 사과` 실명 대자보 붙어.. "훼손하지 말아달라"

박지혜 기자I 2015.10.20 09:17:00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연세대학교 남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을 성추행했다가 교내에 실명으로 사과문을 붙이는 일이 일어났다.

20일 연세대 총여학생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A씨는 최근 교내에 “지난 9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이 있다”며 사과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실명으로 붙였다.

A씨는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뒤 피해자가 잠든 사이 동의없이 신체 접촉을 하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이용한 강도 높은 성폭력 가해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주체성을 무시한 채 이뤄진 폭력적 행동이었고 이는 어떤 설명이나 변명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행동”이라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겪었고 책임은 온전히 가해자인 저에게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인 제가 학내 현안과 진보적 의제, 성평등센터 교육에 적극 참여해 활동한 이력 때문에 피해자가 저에게 신뢰를 가졌고, 이 때문에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절망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피해자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도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 사이에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라며, “이런 피해자의 의지가 소모적 추론과 추문으로 가려지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사과문은 피해 여학생과 총여학생회가 A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총여학생회는 ‘A학생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대리인단의 입장 및 호소문’을 붙였다.

그러나 해당 대자보가 훼손돼 보수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피해에 공감하고 피해자를 지지한다면 부디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총여학생회 측은 “‘A학생 성폭력 사건’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갖춘 피해자가 신원 유출의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 공론화한 사건”이라며 “그런데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수위만을 다룬 보도가 여과없이 언론으로 나가게 된다면 피해자의 공론화 의지보다는 사건의 자극적인 일면만 주목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인터뷰는 일체 사절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경찰에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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