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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유머'에 종북세력 활동" 발언…대법 "명예훼손 아냐"

성주원 기자I 2024.01.31 08:46:58

국정원 대변인 "종북세력 활동 가능성" 발언
오늘의유머 운영자,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1심 기각→2심 1000만원 배상→대법 파기
대법 "사실 적시 아닌 광의의 정치적 평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종북세력’이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가정보원 대변인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갈무리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국정원 대변인은 지난 2013년 1월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의유머가 종북사이트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종북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오늘의유머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오늘의유머 운영자 이씨는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이트의 재산적 가치가 하락했고, 본인은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국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씨는 국가만을 상대로 항소했다.

2심은 국가가 이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일반인은 대공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 대변인의 종북 관련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남북 분단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낳는 부정적 인상을 고려하면 이씨가 다년간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쌓아올린 명성이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언론 인터뷰 중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하게 됐고, 내용 역시 유보적·잠정적인 판단 내지 의견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며 “지칭하는 대상이 원고 이씨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이어 “단순히 ‘종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고 해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 표현이 지칭하는 대상이 사이트 운영자인 원고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그럼에도 종북 관련 발언이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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