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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도 수출도 줄었다…정유사, 머나먼 탈출구

경계영 기자I 2020.11.29 14:39:35

10월 내수 7.7%·수출 22.8% 감소
국내 정유사도 탄력적 생산으로 대응
수요 회복 아직인데 국제유가 오름세
"손익분기점 밑도는 정제마진, 4분기도 적자 우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석유제품의 내수·수출 수요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제2 봉쇄(lockdown) 조치가 잇따르고 있어 수요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올해 석유제품 내수·수출 한 자릿수대 감소

2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10월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내수 소비는 7012만배럴로 지난해 10월보다 7.7%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 4월 6906만배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했던 5월을 제외하면 올해 내내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역성장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으로도 7억3102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10월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8% 감소한 3380만배럴로 2014년 6월 3263만배럴 이후 6년 만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 수출량은 3억9920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특히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이 올해만 물량 기준 각각 17.6%, 24.8%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는 정유제품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정유제품 8774만배럴 가운데 30% 정도가 휘발유 관련 운송 수요, 8%가량이 항공유 수요였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자료=페트로넷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자료=페트로넷
이같은 수요 감소세가 당분간 더 지속할 가능성은 크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봉쇄조치가 강화할 뿐더러 국내 역시 수도권 등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하는 등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서다.

국내 정유사는 탄력적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1위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3분기 원유정제설비(CDU) 가동률을 역대 최저인 72%로 낮춘 데 이어 4분기 들어서도 70% 초반대로 유지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010950))도 정기보수 영향이 있긴 했지만 CDU 가동률이 3분기 90.7%로 집계됐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도 탄력적 제품 생산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다보니 시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설비를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하늘길이 열려야 항공유을 포함한 석유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정유업계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올랐는데…정제마진 악화 우려

또 다른 우려 요인은 국제유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5.53달러로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3월5일 45.90달러에 가까워졌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중간 결과를 발표한 이후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요가 크게 살아나진 않다보니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5월 이후 꾸준하게 오르다가 이달 들어 외려 꺾였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이달 배럴당 1.1달러로 전월 대비 0.5달러 하락했다. 지난 셋째 주 정제마진은 0.9달러로 8주 만에 1달러를 밑돌았다. 통상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4~5달러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상승하면 석유제품 가격도 일정부분 따라 올라 정제마진이 하향 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도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정제마진으로 정유사업에서의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올해 세계 정유제품 수요가 지난해보다 11.9% 줄어들 전망으로 내년 업황은 수요가 얼마큼 회복할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단위=배럴당 달러, 자료=금융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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