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구원이 애플의 이번 판결이 향후 빅테크 규제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 본 이유는 독과점 자체는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판결의 핵심을 애플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55%가 넘는 점유율과 70%대의 높은 앱스토어 마진율을 누리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독점 기업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애플 때문에 시장에서 생산이 줄어들거나 혁신이 저해되거나 진입 장벽이 생겨났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근거로 작용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이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포기하고 외부결제를 허용하게 되더라도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2020 회계연 기준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538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19.6%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앱스토어 매출은 서비스 매출의 30% 수준으로 파악돼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 전체를 인앱결제 수수료로 가정하더라도 전체 매출의 6% 수준에 불과하다“며 “애플이 연매출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들에게 3년 동안 수수료 15%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결이 나온 10일 애플의 주가가 3.3% 빠졌고 반대편에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매치그룹, 스포티파이 등의 주가는 올랐다. 하지만 추세로 연결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어제부터 애플과 구글에 대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는 법안이 시행되는 등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김 연구원은 아울러 “이번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에서 애플이 독점기업임을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애플은 자사 제품의 편리성 때문에 진입장벽이 생겼다고 변론했다”며 “과거에 정부가 이윤을 보장해주던 에너지나 유틸리티, 통신 등의 독점과 달리 빅테크는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FANG지수가 다시 신고가를 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