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예견된 백신 상온노출 사고…"병원 30%만 온도 적정관리"

장영락 기자I 2020.09.29 08:47:31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중단 사태를 초래한 백신 상온노출 사고 이전에도 백신 관리 부실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국내 생백신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소와 민간병원 86곳 가운데 30.3%인 26곳에서만 백신을 적정 온도에서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연구를 맡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보건소 39곳과 민간 병원 47곳에서 백신 보관 냉장고의 온도를 2주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건소에서는 냉장고 15개(38.5%)만이 2∼8℃를 유지했다. 나머지 24개(61.5%)는 2℃ 밑으로 내려가거나 8℃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온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

동네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에서는 이보다 낮은 11개(23.4%)만이 적정온도를 유지했고, 최저 온도가 8.9℃, 최고온도가 10.7℃로 백신 보관 기능이 없는 냉장고도 있었다.

의료기관이 백신을 의료용이 아닌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례도 많았다. 보건소 38곳과 민간병원 2200곳을 대상으로 냉장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건소에서는 의료용이 84.2%, 가정용이 13.2%였고, 민간병원에서는 의료용이 25.4%, 가정용이 40.7%였다.

이처럼 보관된 백신은 백신 효과성을 나타내는 역가 측정에서도 문제가 나왔다. 보건소에서 1개월 이상 보관 중인 수두 백신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 역가가 1200pfu(플라스크형성단위)/0.5㎖에서 9750pfu/0.5㎖에 걸쳐 나타났다.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은 동일 역가가 나와야 하나 보관 상태에 따라 역가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역가 차이가 공장 생산·출하 과정상 문제, 공장 출하에서 보건소 도착까지 운송 과정상 문제, 냉장고 보관 등 콜드체인 문제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의료기관이 냉장고에 백신을 보관할 때 온도 변화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문과 꼭대기 및 아래쪽 선반에 물병을 보관할 것, 냉장고에 백신만 보관해 문을 여닫는 횟수를 최소화할 것, 연속적으로 온도를 감시할 수 있는 ‘데이터 로거’를 활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