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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철거→재설치…자존심 싸움 돼버린 광화문광장 '천막 전쟁'

박순엽 기자I 2019.07.21 16:15:00

우리공화당, 지난 20일 저녁 광화문 천막 기습 설치
우리공화당 당원 "애국열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먼저"…"왜 우리한테만 이러나"
서울시 '광화문 천막 설치 불가'…법정 싸움 이어져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서 설치된 천막을 지키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광화문광장 천막을 둘러싼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과 서울시 사이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당시 숨진 이들에 대한 추모와 진상 규명이라는 애초 명분 보다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철거와 재설치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왜 우리는 안 되냐’는 우리공화당 측과 ‘광화문 천막 설치 절대 불가’라는 서울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치고 싶을 때 언제든 설치하겠다”는 우리공화당과 “철거 용역 비용을 물리기 위해 법적 조치까지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서울시의 ‘천막 전쟁’은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됐다.

◇설치→철거→설치, 계속되는 천막 갈등

지난 20일 우리공화당은 자진 철거 나흘 만에 다시 천막을 기습 설치했다. 지난 5월 10일 처음 설치한 뒤 철거와 재설치가 숨바꼭질처럼 반복되고 있다.

천막을 설치했던 첫날부터 이곳에서 지낸다는 조모(70)씨는 21일 “애국열사에 대한 진상 규명만 되면 여기 나올 필요가 없는데 정부나 서울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천막 내부에 있는 이들 사이에선 정부와 서울시에 대한 악감정도 쌓였다.

한 60대 여성은 “우리가 천막을 설치하면 매번 계고장을 보내 협박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천막은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KT 광화문 지사 앞 반미공동행동실천단 천막 등을 가리켰다. 조씨는 “지난달 25일 천막을 강제 철거할 때 우리 당원들도 여러 명 다쳐서 진단서를 끊어 경찰에 고발했는데 그건 처리도 안 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시 “단호하게 대응할 것”…법정싸움으로도 번져

서울시는 광화문 천막 설치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공화당 측에 수 차례 계고장을 보내 천막을 자진 철거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달 25일엔 행정대집행을 시행해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대응만으로 ‘천막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우리공화당은 서울시 2차 행정대집행 예정 시각 30분 전에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당시 조원진 공동대표는 서울시의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막이 없어져 행정대집행이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천막 싸움은 법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법원에 ‘점유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지난 17일 첫 심문 기일에서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우리공화당 측이 자진 철거를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공화당 측은 세월호 천막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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