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3기 시작되지만…기업들 “온실가스 감축기술 부족”

신민준 기자I 2020.10.26 09:05:51

대한상의, 26일 기업 배출권거래제 대응실태 조사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 있다는 기업 36%에 그쳐
"정부, 감축기술 개발·보급해야…가격 안정화 대책도 필요"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을 두 달여 앞둔 가운데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기술 부족 때문에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 여부. (자료: 대한상의)
감축투자 계획 없는 이유 ‘감축투자 아이템 부족’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364개사를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3차 계획기간에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36.3%에 그쳤다.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로 59.1%의 기업이 감축투자를 위한 아이템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마다 매번 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했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응답기업의 76.3%,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62.9%가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차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르면 3차 계획기간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지난 2차보다 약 4% 강화됐다. 유상할당 비율은 3%에서 10%로 확대된다. 그만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부담이 더 커지지만 감축기술 부족 때문에 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이 없는 이유로 ‘감축투자 아이템 부족(59.1%)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뒤를 이어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21.1%) △배출권 가격 불확실성(7.3%) △배출권 구매 우선 고려(6.5%)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에 따른 배출량 감소 (5.6%) 등의 순이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1·2차 계획기간 동안 꾸준한 투자를 통해 동일 업종에서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갖췄다”며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려면 추가적인 감축기술의 개발과 상용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3차 계획기간에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 1순위로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보급(30.3%)을 꼽았다.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 안정화(28.8%) △감축투자 자금지원 확대(23.7%) △감축투자 인센티브 확대(10.9%) △외부 감축사업 확대 (6.2%) 등을 요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기술의 발전 없이 감축목표만 높게 잡으면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일자리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며 “2030년 국가 감축목표 수립 당시 계획한 온실가스 감축기술의 발전 수준을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차 계획기간 애로 1순위 ‘배출권 가격 급등락’

기업들은 지난 1·2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애로로 배출권 가격 급등락(2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감축투자 아이템 부족(25.1%) △과도한 행정부담 (20.5%) △잦은 제도 변경(19.4%) △배출권 유동성 부족(9.5%) 등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배출권 가격은 2015년 1월 8600원으로 시작해 급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는 4만원대로 급등했다가 지난 8월에 1만원 후반대까지 급락했다. 최근에는 2만원 중반대로 다시 올랐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이 크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투자, 배출권 매매 등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우리보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배출권 시장안정화 조치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지난 1·2차 계획기간이 배출권거래제 시범운영 단계였다면 3차 계획기간부터는 본격시행 단계”라며 “감축기술을 육성하고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배출권 유상할당 수익금이 매년 수천억원 이상이므로 이를 온실가스 감축기술의 개발·보급에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