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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삼성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KB손해보험과 함께 건보공단에 의료데이터 사용신청을 했다. 당시 심의위는 보험사들의 신청서(연구계획서)가 과학적 연구기준을 준수하지 못했고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
이에 한화생명은 건보공단이 지적한 과학적 연구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의학계와 함께 신청서를 보완했으며, 지난달 재심사를 신청했다. 심의위는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건보공단 사정에 의해 25일로 미뤄졌다.
건보공단은 보험사들의 의료데이터 사용 승인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간 건보공단 데이터를 민간 보험사가 사용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의료데이터를 보험사들이 이용한 사례는 있지만, 건보공단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건보공단 노조와 시민단체, 의료계 등이 개인정보유출과 보험가입 거절 사례 발생 등을 우려하며 계속 반대 뜻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반대로 보험업계는 보험 사각지대 보호, 헬스케어 발전 등을 위해서는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보공단 데이터는 가명 처리된 개인 진료정보와 건강검진 정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데이터세트만 보유한 심평원 데이터보다 활용 잠재력이 훨씬 크다고 평가된다. 물론 보험업계가 사용을 요청하는 자료는 공공의료데이터의 비식별처리된 표본자료(가명 정보)로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개인정보유출 등의 우려도 없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는 의료데이터가 개방되면,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병 환자 등 보험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도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보험료 부과 형평성을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활용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고비용 논란이 있는 난임 검사·치료, 체내수정비용 보장 등이 가능한 상품과 신항암치료수술비 보장하는 신상품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보험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데이터 사용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태다. 인구 감소와 구조변화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 개발은 필수요소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빅테크ㆍ인슈어테크 등 신규사업자가 진입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구조 속에서 예방적 위험관리 등 차별화된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간 보험사들은 이미 개방된 해외 데이터를 사용했지만 국내 성향과 괴리가 있어 상품개발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건보공단 등 공공의료데이터 사용에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