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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유족 "'빈소 와서 사과 한 번만' 사정해도...전화 끊어"

박한나 기자I 2020.05.13 08:34:55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입주민에게 폭행과 시달림을 당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 씨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주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씨의 형 A씨는 고인이 생전 가해자로 지목한 주민 B씨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동생의 발인을 미뤘다고 했다.

A씨는 “동생 가는 길에 홀가분하게 갈 수 있게끔, ‘오셔서 잘못했다고 하고 죄송하다고 하고 그 말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그럼 동생이 편하게 영면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사정도 해 보고 전화도 드려보고 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틀을 미뤘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오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어제 처음으로 (B씨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와서 저한테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확실히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물어물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오셔서 내 동생한테 ‘잘못했습니다’ 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렇게 전화를 드렸더니 이 사람이 핑계를 대면서 지금까지도 아파서 못 가네, 뭐 또 언론에 노출돼서 못 가네 한다”고 밝혔다.

A씨는 B씨에 대해 “(사과를) 한 번도 안 했다”면서 “‘나중에 조용할 때 만나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우리 동생한테 그랬냐. 왜 우리 동생을 그렇게 괴롭혔느냐’ 그랬더니 나중에 전화를 딱 끊고 받지도 않고 그랬다”고 했다.

사건 당시 B씨는 경비 초소에 CCTV 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고인을 폭행했고, 이후 ‘형한테 맞아서 코뼈 부러진 거 괜찮냐’는 거짓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며 가짜 장애진단서를 내미는 치밀성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동생은 딸이 둘 있고 ‘딸하고 먹고 살아야 된다’고 까지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후배들을 불러서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하니, 얘가 완전히 겁을 먹었고 꼭 죽이러 올 것 같고 그러니까 모든 마음과 몸이 황폐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서울 강북구 소재 한 아파트 입주민 B씨를 전날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 내 B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 B씨는 “폭행 사실이 없고, 주민들이 허위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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