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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핵심 ‘로저 스톤’ 사면…“법치 모욕” 반발

김미영 기자I 2020.07.11 15:49:42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로저 스톤을 사면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스톤을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사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스톤은 좌파와 이들과 결탁한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수년간 지속한 ‘러시아 조작’ 사건의 피해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혹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결탁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스톤은 모든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재판을 받고,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모든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대통령은 그의 (변호 과정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 지점에 그의 불공정한 기소, 체포, 재판 등을 둘러싼 터무니없는 사실과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은 그의 형량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톤은 이미 큰 고통을 겪었다. 그는 이 사건 외에도 다른 많은 상황에서 매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며 “스톤은 이제 자유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스톤의 7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도합 40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초 법무부가 구형한 징역 7~9년 의견을 철회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도 트위터 등을 통해 구형에 개입, 논란을 불렀다.

한편 스톤은 2016년 대선 기간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정치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비선 참모’로 전해진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의혹사건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톤을 허위진술, 증인 매수, 공무 집행방해 등 7개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대배심도 지난해 11월 스톤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 일정대로면 스톤은 오는 14일부터 복역을 시작해야 한다.

스톤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했다. 그는 이날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정성은 뛰어나다. 우리는 수년간 친구로 지냈다. 그는 내가 정치적인 이유로 표적이 됐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법치주의와 사법 체제의 모욕”으로 규정했다.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감형을 통해 미국에 두 개의 사법 체제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하나는 일반 모든 대중을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의 범죄자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톰 페레즈 전국위원장 역시 “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악용하지 않는 권력이란 게 있나”라고 반문했다.

내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법부의 업무를 사실상 마비시켰다”고 불만을 표했다. 바 장관은 측근에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 현지 언론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친구를 사면했다”고 보도했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면권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평했다.

로저 스톤에 사면 결정을 내린 미국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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