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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별세…향년 73세

장병호 기자I 2018.08.08 08:44:45

올해 초 암 발견돼 예술위 위원장 사퇴
비평가·번역가로 문단서 활발한 활동
산문집으로 대중적 인기 얻기도

문학평론가 황현산(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8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지난해 12월 1일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초 새로운 암이 발견돼 지난 3월 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퇴 후 항암 치료에 전념했으나 최근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 불어불문학과, 강원대 불어불문학교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명예회장을 맡아왔다.

1990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정식 등단을 한 적은 없지만 깊이 있는 안목과 정치한 논리, 뛰어난 문장으로 평단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특히 2013년에 출간한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는 젊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서 지금까지 6만 부가 판매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40만여 명의 팔로워를 지닌 트위터리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번역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2012년에는 팔봉비평문학상과 대산문학상 비평부문을 수상했다.

고인은 학자이자 평론가로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문화 전반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식견을 보여줬다는 평가 아래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3개월 만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투병 생활을 해왔다.

지난 6월에는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의 신작 산문집인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펴냈다. 2013년 3월 9일부터 2017년 12월 27일까지 쓴 글을 모았다. 고인은 서문을 통해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되었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장례식장은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205호(9일부터 3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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