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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카페] 귀 파는 소리도 콘텐츠가 된다..ASMR

김유성 기자I 2018.08.04 13:03:31

기존 개인방송 형태를 넘어 특이점 온 유튜브 영상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고기 익는 소리, 귀지 파는 소리도 유튜브에서는 번듯한 콘텐츠로 인정받습니다. 뽀로지 짜는 소리와 영상도 누군가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콘텐츠가 됩니다. 다수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그런 영상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유튜브 콘텐츠의 대중화에 따라 영상을 보는 수요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중 하나가 바로 ASMR입니다.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자율감각 괘락반응’으로 번역됩니다. 스티븐 노벨라 예일대 의대 교수는 ASMR이 각 사람들이 가진 즐거운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등에 쾌락반응을 일으켜 심리적 안정이나 만족감을 주는 것을 미디어 업계에서는 ASMR이라고 합니다. 일상의 소리나 광경, 혹은 연출없는 모습도 동영상 콘텐츠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에 특이점이 온 것이지요.

다만 기존 방송사 프로그램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ASMR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대사도 없고 단순하게 영상과 소리만 비춰줄 뿐인데 이것에 사람들이 호응하기 때문이지요. 방송 시간이 한정돼 있고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하는 방송사에서는 도저히 만들기 어려운 형태입니다.

ASMR의 시발점은 유튜브입니다. 워낙 다양한 영상이 제한없이 올라오다보니 ASMR이란 독특한 형태의 영상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일부 콘텐츠는 영상미까지 띄고 있습니다. 케이블TV 방송에까지 파급되고 있습니다.

CJ ENM 내 크리에이터 지원 부서 ‘다이아티비(DIA TV)’ 파트너인 ‘미니유(본명 유민정)’는 미용실, 면도방, 수술실 등 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전달하거나 물건을 부시거나 자르는 영상과 소리를 전달하는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리나 특정 화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는 사람들을 위해서 격려나 응원 메시지를 ASMR 전용 마이크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실제 미니유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보면 소리에 매우 민감한 마이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미니유는 마치 시청자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상황극을 펼칩니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소리, 브러시를 문지르거나 두드리는 소리를 냅니다. 귀청소 콘텐츠의 경우 양쪽 귀에 번갈아가면서 귀지를 파는 소리가 들립니다.

ASMR 크리에이터 ‘미니유’
주변에서 보면 일상적인 의상과 소품이지만 구독자들은 미니유의 콘텐츠에 꽤 높은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요한 장소에서 단 하나의 소리에 만족감을 느끼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2013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미니유는 현재 구독자 45만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660개가 넘는 ASRMR 콘텐츠를 제작했고 1억6000만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청각이 아닌 시각이 사람들의 감각을 만족시켜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봇노잼’입니다. 약 7시간 동안 혼자 공부하는 모습의 영상만을 업로드하는 ‘봇노잼’은 경찰공무원 준비생입니다. 시험 공부의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 ‘캠스터디’의 하나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대사도 없이 스토리도 없이 공부하는 모습만 나옵니다. 이외 더해진 요소가 더 있다면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등입니다. 이런 것에도 심리적 편안함을 느낀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먹방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던 먹방, 음식 조리법을 설명해주던 쿡방에 소리와 영상미가 가미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로 ‘꿀키’가 꼽힙니다. 꿀키 역시 2013년 11월 요리 영상을 업로드했고 2018년 1월 기준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꿀키의 영상은 간결합니다. 파스텔톤의 영상에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 고기 익는 소리 등을 담습니다. 요리 레시피 사진으로 쓰여도 무방한 감각적인 먹거리 영상에 갖가지 요리하는 소리가 있다보니 시청자들의 호응 또한 높습니다. 꿀키와 비슷한 류의 쿡방 영상 채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써도 무방할 정도의 고퀄리티 영상을 자랑하는 꿀키의 쿡방
약간은 결이 다르지만 뽀로지 짜는 영상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징그럽지만, 뽀로지에 가득찬 고름이 나오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런 영상이 인기를 얻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감각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에 열광하면서도 사람들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그 ‘공간’을 ASMR 크리에이터들이 만족시켜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영상의 진화가 이 정도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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