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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지주, 엔에스쇼핑 합병 논란…소액주주 ‘부글부글’

윤정훈 기자I 2021.11.21 13:33:09

하림지주, 엔에스쇼핑과 1대1.41 비율 주식교환 추진
양재동 물류단지 사업 속도내기 위한 전략 차원 설명
엔에스쇼핑 투자한 개인 주주는 헐값 매도에 ‘분통’
합병시 하림지주 최대주주 총수 일가가 가장 큰 수혜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하림지주(003380)엔에스쇼핑(138250)(NS쇼핑)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이 논란이 일고 있다. 양재동 첨단물류센터 개발만 보고 엔에스쇼핑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익을 하림지주가 가져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김홍국 하림지주 회장(사진=하림지주)
엔에스쇼핑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효율성 제고와 사업 역량 재편을 목적으로 한 하림지주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하림지주는 신주발행을 통해 엔에스쇼핑 주주들(엔에스쇼핑 자기주식, 하림지주 소유 주식 제외)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 내년 1월 1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안 건이 통과되면 주식 교환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엔에스쇼핑은 회사를 투자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나누는 물적분할을 추진한다. 하림지주는 투자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홈쇼핑 사업을 하는 사업법인은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을 합병하고자 하는 큰 이유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추진하고 있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때문이다. 하림지주는 물류사업을 하는 엔에스쇼핑의 자회사 하림산업을 자회사로 편입해 이 사업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갑작스런 하림지주의 합병계획에 엔에스쇼핑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물류 사업 하나만 믿고 투자를 했는데 지주로 합병되면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했을 때 일반 투자자들이 반대를 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엔에스쇼핑의 100%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2016년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 1082㎡을 4525억원에 매입해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재동 물류센터는 부동산 가치만 해도 5년전 매입 당시의 2배로 올랐다. 이 차익만 해도 엔에스쇼핑의 시가총액인 4600억원을 충분히 넘는다. 실제 2016년 1월 1㎡당 670만원 하던 개별공시지가는 2021년 1월 기준 919만 6000원으로 37% 상승했다.

이에 소액 주주들은 엔에스쇼핑의 물류사업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한 인수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용적률 문제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던 사업은 지난 8월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주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으로 수익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 전경(사진=엔에스쇼핑)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엔에스쇼핑 주주들이 양재동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세금과 각종 비용을 부담했고 이는 순이익 하락과 배당금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아무런 설명없이 공시를 통해 내가 투자한 회사가 상장폐지한다는 데 좋아할 주주가 어디있겠냐”고 토로했다.

엔에스쇼핑은 부지를 매입한 2016년 이후 부동산세와 각종 이자 비용 등을 100억원 이상 납입해왔다. 개발을 위해 하림산업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기존 주주의 이익을 희생했다. 개발이 시작되는 시점인 지금부터 배당금이나 주가상승으로 수익을 내야하는데 최대주주인 하림지주가 숟가락을 얹은 꼴이 된 셈이다.

하림지주는 김홍국 회장(22.95%)과 한국인베스트먼트(20.25%), 올품(4.36%)이 최대주주다.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의 100% 자회사다. 이에 엔에스쇼핑 인수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김홍국 회장과 김준영 올품 대표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은 현재 엔에스쇼핑 자회사인 하림산업이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실수요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시 담당부서와의 사전협의 및 자문을 통해 도시첨단물류단지계획 제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엔에스쇼핑 관계자는 “구조개편을 통해 자회사의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부담에서 벗어나 식품전문채널로서의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며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은 하림지주가 나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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