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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재산보다 빚 많아…유증 포기 가능?

강경래 기자I 2020.12.13 13:01:32
[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은 법무법인 태승 The 스마트 상속 김예니 변호사, 채애리 변호사가 연재하는 상속 관련 소송부터 세금, 등기까지 상속 문제 전반에 관한 칼럼으로, 상속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그려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유한) 태승 김예니 변호사] 채무자가 유증을 포기해도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이상속 씨는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언장을 발견했고, 아버지는 유언장을 통해 이상속 씨와 다른 형제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을 분배했다. 그런데 이상속 씨는 채무가 많아서, 재산을 유증 받아도 이 재산이 모두 채권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유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상속 씨가 받게 될 아파트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인 형제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 주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채권자들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이상속 씨가 유증을 받지 않기로 하는 것은 채권자들과의 사이에서 채무 면탈을 위한 사해행위가 된다고 하면서 이상속 씨가 받기로 했던 아파트를 나눠 가진 이상속 씨의 형제들에게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이상속 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앞으로 유증된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채권자들에 대해 사해행위가 돼서 이상속 씨는 유증 받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유증을 포기하는 것은 사해행위가 되지 않아

이상속 씨의 채권자들은 이상속 씨의 형제들에게 이상속 씨가 유증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이상속 씨의 형제들이 상속받은 것은 채권자들에 대해 사해행위가 된다면서, 이상속 씨의 형제들에 대해 상속재산에 대해 마친 지분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청구를 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인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것과는 달리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을 통해 상속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것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속포기 신청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증 포기의 경우는 어떨까? 유증 포기가 채무자가 유증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서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대법원은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고, 그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소급해 발생하므로(민법 제1074조),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을 받을 것을 포기할 수 있으며,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자의 재산을 유증 이전의 상태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유증을 받을 자가 이를 포기하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유증은 그 자체가 완결된 법률행위이고 계약이 아니므로 수증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지만, 수증자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권리취득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수증자의 자유로운 유증 포기가 인정되는 것이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유증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증을 포기한다고 해서 채무자 재산이 이전의 상태보다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유증의 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이상속 씨의 채권자들은 이상속 씨가 유증을 포기해 이상속 씨 앞으로 유증된 재산을 형제들이 상속받게 됐다고 해도 이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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