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임대인이 임차인의 요구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임차인은 분쟁조정위원회나 소송을 거쳐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이 쉬운 게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얼마나 매출이 감소했는지, 적정 임대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추가적인 논쟁이 불가피하다.
6개월간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계약해지나 갱신거절을 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도 마찬가지다. 임대료에 대한 단순 유예일 뿐 감면이나 면제가 아니어서 종국에는 세입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당장 밀린 임대료는 보증금에서 차감된다. 일각에서는 차임 연체를 우려한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올려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민의 피해를 안타까워하고, 이들을 구제하려는 법 개정 취지는 백번이고 이해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임차인 구제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는 서로의 고통을 공감하고 분담할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최근 ‘착한 임대인 운동’이 그러하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아쉬운 부분도 이 대목이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나 생계형 임대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제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