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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코뿔소 뿔·호랑이 뼈…정력제로 찾다간

이지현 기자I 2019.07.06 15:05:38

⑦서각과 호골 편
정력제로 잘 못 알려지며 멸종위기종 전락
국제법 관리 1994년부터 국내 수입 판매 금지
관련 의약품까지 확대 적용 위반 시 징역·벌금

코뿔소가 풀을 뜯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우리 주변의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를 대한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산천을 누비던 동물들은 몸에 좋다고 잘 못 알려지며 남획으로 사라졌고 흔히 볼 수 있던 풀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약방의 감초’ 1편을 기억하시나요. 자양강장제로 잘 못 알려지며 멸종위기에 처한 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편은 코뿔소와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코뿔소의 뿔을 다른 이름으로 ‘서각’이라고 부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시지만 독이 없어 놀란 것을 멎게 하고 열독을 풀어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열을 내리고 코피를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과거 서각은 우황청심환, 지보단에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를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처방은 서각지황탕입니다. 코피를 자주 흘리는 사람에게 처방하는 약입니다.

하지만 정력제로 잘 못 알려지며 없어서 못 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당 7000만원 정도로 금값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한 몫을 잡으려는 이들의 남획으로 아프리카와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누비던 코뿔소는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기 시작했습니다.

눈밭에 누운 호랑이가 포효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이런 상황은 호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호랑이 뼈는 호골로 불리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데 주로 사용됐습니다. 북한에서는 거풍습약으로서 풍을 없애고 아픔을 멈추며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경련을 멈추는 약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골을 대부분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약으로 사용해온 것입니다.

이렇게 정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중국 등에서는 호랑이 뼈를 담가 만든 술을 정력보강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3년 숙성된 호골주는 1병에 80달러, 6년 된 술은 150달러 정도입니다. 한국 관광객들의 구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불법입니다. 국제사회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통해 무질서한 포획채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3년 협약에 가입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CITES 지정 동식물의 수출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뿔소 뿔과 호랑이 뼈는 웅담보다 더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웅담의 경우 일부 거래가 가능한 품목이어서 어느 정도 수입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각과 호골은 1994년부터 수입 판매 및 이를 사용한 의약품의 제조, 조제, 판매 저장, 진열 등 판매를 목적으로 한 보관 소지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찾는 사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야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서각의 경우 모두 우리 손발톱과 별 차이가 없는 케라틴 재질이다. 약효는 우각(소뿔) 수우각(물소뿔)과 오차범위 이내”라고 설명합니다. 김계진 한의사도 “옛 문헌에 호골이 없으면 표골 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효능이 비슷한 우슬·오기피 사용을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사라지며 우리나라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멧돼지가 민가나 도시로 출몰해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이 됩니다. 모르고 먹어다간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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