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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떼고 팔고 동맹 강화까지…‘새판 짜기’ 분주

김은경 기자I 2022.12.04 14:06:48

이수화학·OCI 인적분할로 고부가가치 사업 육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 강화 전략
고려아연, LG화학·한화 ‘지분 동맹’으로 경쟁력↑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대비해 ‘사업부문 새판짜기’와 ‘타기업과의 동맹강화’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을 털어내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저평가된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기업분할에 나서는 분위기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사업은 사업제휴를 맺어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수화학, 전고체 배터리 집중 육성

4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계열사를 분할하거나 통합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부문 간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수그룹의 화학 부문 계열사인 이수화학(005950)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석유화학사업부문(이수화학)과 정밀화학사업부문(가칭 이수스페셜티케미컬)으로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석유화학부문 시장 지배력은 높이면서 전도체 배터리(이차전지) 등 성장성과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은 별도 법인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수화학 관계자는 “혼재돼 있던 사업부문을 분리해 경영 효율성을 달성하는 한편, 최근 진행중인 전고체배터리 전해질 원료(황화리튬, Li2S) 생산 신사업을 정밀화학사업부문에 귀속시킴으로써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수화학의 인적분할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5월 1일(분할기일)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수화학 공장 전경.(사진=이수화학)
석유화학· 태양광 전문기업 OCI(010060)도 주력 화학 사업 부문에 대한 가치 재평가를 위해 인적 분할과 함께 지주사 체체로 출범한다. 회사의 주력사업인 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 등 화학부문을 떼어내 신설 법인 ‘OCI’를 만들고, 존속법인은 지주회사 ‘OCI 홀딩스’로 세운다. 지주사는 자회사의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OCI는 화학부문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존 화학 분야의 신규 성장동력 발굴과 확장에 나선다. 베이직케미칼 분야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고순도 과산화수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한다.

또한 기존에 선보인 반도체용 전구체 헥사클로로디실란(HCDS) 외 실란계 신규 제품을 추가하며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 등 신규 시장 공략도 추진한다.

합작사 분할하거나 타기업과 동맹 강화

글로벌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합작관계를 깨고 회사분할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도 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보유한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합작사로, 두 회사가 50대 5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여천NCC는 석유화학 제품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아시아 최대 생산업체로 지난해 에틸렌 229만t, 프로필렌 129만t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559만t을 생산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LG화학(330만t)과 롯데케미칼(233만t)에 이어 업계 3위다.

업계에서는 올해 2월 발생한 여천NCC 폭발 사고 이후 양사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영 효율과 책임 강화 차원에서 분할 가능성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여천 NCC 관계자는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다양하게 논의해 오고 있다”며 “분리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으로 구체적인 검토나 이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바 없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제련회사인 고려아연(010130)은 자사주를 활용해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그린에너지·배터리’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LG화학(051910), 한화(000880)와 그린수소, 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트레이딩 컴퍼니인 트라피규라와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제련 합작 사업을 검토하는 제휴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총 7868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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