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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보디빌더 같다고요? 사찰 보양식 한번 먹어보세요

조선일보 기자I 2007.12.20 11:11:00

적문 스님이 추천한 사찰 보양식과 레서피

[조선일보 제공] “사찰음식은 현대인 라이프스타일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경기도 평택 수도사(修道寺) 주지를 맡고있는 적문 스님(49·사진). 사찰음식 전문가다.

비구니도 아닌 남자 승려, 그것도 보디빌딩이라도 한 듯 풍채가 당당한 스님이 사찰음식 전문가라니.

어째 어울리지 않는 듯 싶었다. 참지 못하고 불경한 질문을 내뱉었다.

“정말 채소만 드세요?”

“사찰음식은 현대인 라이프스타일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경기도 평택 수도사(修道寺) 주지를 맡고있는 적문 스님(49). 사찰음식 전문가다. 비구니도 아닌 남자 승려, 그것도 보디빌딩이라도 한 듯 풍채가 당당한 그가 사찰음식 전문가라니. 어째 어울리지 않는 듯싶었다. 참지 못하고 불경한 질문을 내뱉었다. “혹시 몰래 고기 드시는 거 아니예요?”


스님은 “허허” 웃었다. 그리고 우문(愚問)을 현답(賢答)으로 받았다. “옛날에는 승려가 직접 밥을 했어요. 다들 어려서 출가했어요. 저는 열 살 때 절에 들어왔지요. 땔감 구하기부터 물긷기, 불목하니, 간상, 채공, 갱두, 공양주까지 하다보면 밥 짓는 정도는 다 알았어요. 요즘 스님들은 늦게 출가해 모르시지요. 그리고 이렇게 체격이 좋은 건, 채식(菜食)만 해도 영양이 모자라거나 불균형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승가대학 학보사 편집장으로 사찰음식을 취재하게 됐다. 사찰음식을 알수록 훌륭하단 확신이 들었다. 1992년부터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지금 수도사 경내에 있는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차렸다.

고기가 없는 사찰음식이 보양식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적문 스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은 몸뚱아리가 유일한 재산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앉아서 정신수행하다보면, 아무리 호흡법으로 기(氣)를 돌려도 몸 전체에 원활하게 돌지 않아요. 건강이 나빠집니다. 막히고 뭉친 기운을 돌게하고, 동시에 충분한 영양을 보충해주는 사찰음식이 있습니다. 이런 음식은 ‘사찰 보양식’이라 할 만하지요.”

산사(山寺) 보양식과 속세(俗世) 보양식은 지향점이 꽤 다르다. “일반적인 보양식은 흔히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가리킵니다. 반면 사찰 보양식은 ‘소화흡수율 최대화’에 큰 관심을 둡니다. 절 음식은 먹고 돌아서면 꺼져버려야 해요. 수행하는 승려는 운동량이 적으니 소화가 쉬 이뤄져야죠. 동시에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에너지는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노동을 하니 운동량이 적다. 적문 스님이 “사찰 음식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아 떨어진다”이라 한 건, 요즘 사람들의 생활이 승려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해졌단 뜻이다.

적문 스님은 사찰 보양식을 크게 넷으로 나눠 소개했다. 승려는 먹지 못하지만 일반인은 먹어도 되는 음식을 함께 알려줬다. 흔히 ‘오신채’라 하여 절에서 금기시하는 다섯 가지 음식도 포함된다. 자극적이고 강한 향을 지닌 오신채는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무릇)이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강좌를 연다. 단기 강좌에서부터 3개월, 길게는 1년 연구과정까지 다양하다. 문의 (031)682-3349, www.templefood.co.kr


<적문 스님이 추천한 사찰 보양식>

◆보기(補氣)식품: 몸의 기가 허한 것을 보충해준다. 인삼, 마, 고구마, 생강, 감자, 유자, 잣, 앵두, 매실, 포도, 개암, 수수, 찹쌀, 꿀 등.

◆보혈(補血)식품: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손·발톱이 창백한 사람,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밭은 이에게 좋다. 연근, 당귀, 시금치, 대추, 오미자, 복숭아, 토마토, 가지, 다시마, 미역, 국화 등.

◆보양(補陽)식품: 양기(陽氣)가 모자라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면서 아프거나 힘이 없을 때. 오갈피, 콩나물, 미나리, 마늘, 부추, 쑥, 산딸기, 호두, 팥, 좁쌀, 겨자씨, 삼씨 등.
◆보음(補陰)식품: 음(陰)이 부족해 손과 발바닥, 가슴 속이 달아오르면서 계속 몸에 열이 나거나 마르는 사람. 식은땀이 나면서 입과 목이 마르고 맥은 약할 때. 당근, 더덕, 무, 우엉, 토란, 상추, 질경이, 수박, 모과, 오이, 호박, 땅콩, 밤, 콩, 율무, 메밀, 옥수수, 버섯, 두부, 들깨, 참깨 등.


다음은 보기·보혈·보양·보음에 좋은 재료로 만든 사찰음식 레시피.


◆고수잎마지짐(보기·보양)


고수잎 30g, 마 400g, 고사리 50g, 숙주나물 50g, 미나리 30g, 밀가루, 식용유, 참기름, 양념장(진간장, 소금, 참기름)

1. 마는 30분 정도 물에 담가 아린 맛을 뺀 뒤 껍질을 벗겨 강판에 곱게 간다.

2. 숙주나물, 미나리, 고사리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숙주나물은 물기를 꼭 짠다. 미나리와 고사리는 3㎝ 길이로 썬다.

3. 고수 잎을 깨끗이 씻고 듬성듬성 썰어둔다.

4. 1의 마즙에 소금을 조금 치고 준비한 채소를 넣어 고루 섞는다.

5. 프라이팬이 달궈지면 참기름을 두르고 4의 반죽을 노릇하게 부친다.

Tip. 마는 용인과 공주산이 좋다. 모래땅에서 많이 난다. 갈색으로 쉬 변하므로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둔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은 먹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과 먹지 않는다.


◆연근물김치(보혈·보양)




연근 200g, 미나리 10g, 배 1/4개, 홍고추 1개, 풋고추 1개, 감초뿌리(또는 감초물 1/2컵), 대추 2개, 밤 2개, 고춧가루 3큰술, 물 8컵, 잣·다진 생강·소금 약간

1. 연근을 1~2㎜ 두께로 썬다. 식초 물에 두 시간쯤 담가 아린 맛을 우려낸 다음 소금물에 담가 약하게 간 한다.

2. 미나리, 밤, 배, 대추, 홍고추, 풋고추는 채 썬다.

3. 고춧가루와 다진 생강을 헝겊으로 싸서 여덟 컵 분량의 물에 넣고 주물러 매운 맛만 우려내 국물을 만든다.

4. 3의 국물에 준비한 채소를 모두 넣고 감초 물을 붓고 하루쯤 익힌다. 잣을 띄워 먹는다.

Tip. 사흘 안에 먹어야 좋다.


◆인삼야채말이(보기·보혈·보음)



생삼(3년생) 100g, 팽이버섯 1팩, 오이 1개, 대추 5개, 밤 5개, 잣 1큰술, 꿀(또는 설탕), 물

소스: 인삼액기스 1작은술, 꿀 1큰술

1. 생삼 100g과 오이를 포 뜨듯 얇게 돌려 깎는다.

2. 물에 꿀이나 설탕을 타서 묽은 꿀물(또는 설탕물)을 만든다. 1의 생삼과 오이를 재워 부드럽게 만든다.

3. 팽이버섯은 너댓 개씩 떼둔다.

4. 남은 생삼과 대추, 밤, 잣을 채 썬다.

5. 인삼액기스와 꿀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6. 생삼과 오이를 꿀물에서 건져 세로로 놓는다. 팽이버섯과 채 썬 생삼, 대추, 밤을 얹고 동그랗게 만다. 소스를 찍어 먹는다.


◆연자죽(보기·보음)



연자 200g, 현미찹쌀 1컵, 현미 1/2컵, 율무 1/2컵, 대추 5개, 죽염

1. 연자는 껍질을 벗기고 배아를 빼서 물에 2~3시간 불려 믹서기에 간다. 현미찹쌀, 현미도 물에 불려 믹서기에 간다.

2. 연자와 현미찹쌀, 현미를 약한 물에 타지 않게 저으면서 5~7분 끓인다.

3. 죽염(일반 소금도 가능)으로 간을 맞춘다.

4. 대추를 잘게 썰어 고명으로 죽에 얹어 낸다.

Tip. 연자는 여성에게 특히 좋다. 피부미용과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 소화기관을 보호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밥투정하는 아이 식용 돋우는 데도 좋다.


◆다시마부각(보기·보혈)




다시마 100g, 찹쌀 1/2컵, 식용유 5컵, 소금 약간

1. 다시마를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아 가로, 세로 5㎝로 자른다.

2. 찹쌀을 씻어 불린 뒤 소금을 약간 넣고 밥을 짓는다.

3. 다시마에 2의 찰밥을 서너 톨씩 군데군데 붙여 말린다.

4. 밥알이 바삭하게 마르면 160도 정도 기름에서 밥알이 붙은 쪽부터 재빨리 튀겨낸다.

Tip. 다시마는 가능한 얇아야 맛있다. 식성에 따라 설탕이나 잣가루를 뿌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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