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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부터 꼬인 민주당 혁신위, 흔들리는 이재명 리더십

이수빈 기자I 2023.06.06 17:13:21

이래경, 논란 끝에 9시간 만에 자진 사퇴
"지도부, 또 리스크 관리 실패…소통도 검증도 없어"
혁신위원장 당내 인사가 맡아야 목소리도
비명계선 "'이대로면 공멸'…李 퇴진해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닥친 도덕성 위기를 타개할 혁신위원회가 시작도 전에 좌초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됐다.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친명(親이재명)계’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혁신위마저 친명 인사로 채우려다 인사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혁신위원장으로 당내 인사가 등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친명` 인사 임명하려다 실패?…“검증 보완할 것, 논란은 송구”

지난 달 14일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으로 불거진 당의 도덕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위 구성을 결의했다. 그로부터 약 20일간 혁신위 구성과 역할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설’ 등 과거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 같은 혼란에 친명계 인사를 임명하려다 보니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이사장은 이 대표 구명운동을 하는 등 친명계 행보를 보였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이 이사장의 내정을 하루 전에 통보받았다는 사실 역시 이 분석에 힘을 실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위원회 등 당 기구를 구성하는데 검증 같은 실무적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미흡했던 점,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도부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이라며 “(당내) 소통도 없었고 인사 검증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원인을 짚었다. 그는 “혁신위 운영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혁신위원장을 통해 혁신적인 일을 하려면 조금 비밀스럽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내에서는 새로운 혁신위원장으로 당외가 아닌 당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준 대변인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이나 (원래 지역구인) 서울 성동갑에서 험지인 서초로 넘어가 싸우는 홍익표 의원 같은 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된 이상 외부 인사가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외부 인사에서 너무 찾지 말고 우리 민주당 내에도 훌륭한 분이 많이 있다”고 당내 인선에 힘을 실었다.

비명계 “이재명 사퇴해야 혁신위 리더십 선다”

비명계는 이번 일을 고리로 이 대표 퇴진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두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 대표 체제를 강화시키려는, 혁신위를 띄우지만 그 혁신위는 이 대표의 심증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라며 “인선의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곪고 터지는 것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온전치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하루 빨리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하고, 원내대표가 대행을 하며 다른 인물을 찾든 혁신위를 꾸리든 해야 한다. 지금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대하게 미치는 이 상황 속에서 당내의 강성도 득세하고 팬덤이 득실거리고 공격하는 상황에 온전하게 혁신위의 리더십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비명계 외에 이 대표의 퇴진 시점을 대표 취임 1년 차인 8월 이후와 12월 이후로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다른 중진의원 역시 “‘이대로라면 공멸한다’는 공감대 정도는 당 내에 형성됐다”며 “이 대표 본인도 추석에서 연말께를 퇴진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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