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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데자뷔…美 제로금리·양적완화 시동 걸었다

김정남 기자I 2020.03.14 14:00:06

연준, 최대 30년 만기 장기국채 사들여
'4700조원 돈풀기' 금융위기 QE 데자뷔
이번달 FOMC 제로금리·QE 시사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 "연준과 무엇이든 할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뷔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맞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에 시동을 걸 조짐이다. 이번 불황을 과거 위기급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의미다.

◇美 연준, 장기국채 매입 시동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운영을 맡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3일(현지시간) 최대 30년 만기의 장기국채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 시장의 혼란에 매달 600억달러(약 73조원) 한도 내에서 단기국채를 사들여 왔는데, 여기에 장기국채를 포함하겠다는 의미다.

연준이 이날 순매입한 국채 만기 구간은 5개다. 뉴욕 연은 공개시장운영 데스크에 따르면 △0~2.25년물(80억달러) △2.25~4.5년물(80억달러) △4.5~7년물(80억달러) △7~20년물(50억달러) △20~30년물(40억달러) 등 총 330억달러 규모다. 뉴욕 연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장기국채 매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채권시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뉴욕 연은은 이를 두고 양적완화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본격 양적완화를 위한 시동 걸기 해석이 나온다. 아직 규모 면에서는 못 미치지만 운은 띄웠다는 평가다.

연준은 금융위기 때 무려 3조9550억달러(약 4765조원)어치 자산을 매입해 돈을 풀었다. △1차 양적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장기국채 30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 1조2500억달러·에이전시채권(국영 모기지업체 발행 채권) 1750억달러 △2차 양적완화(2010년 11월~2011년 6월, 장기국채 6000억달러) △3차 양적완화(2012년 9월~2014년 10월, 장기국채 7900억달러·MBS 8400억달러) 등에 걸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이상하게도 (이번 조치를) 양적완화라고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다면 연준은 자산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썼다. 존 힐 BMO캐피털마켓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더 큰 규모의 채권 매입을 포함하는 ‘진짜 QE’는 이미 연준의 카드 안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달 제로금리 결정 가능성

시장은 오는 17~18일 예정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양적완화를 시사할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인 JP모건, 씨티, 바클레이즈 등은 이번달 FOMC 이후 장기국채와 MBS 등의 추가 매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때 꺼냈던 제로금리(0.00~0.25%)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준은 이번달 초 긴급 FOMC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50%포인트 파격 인하했다. 현재 1.00~1.25%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번달 FOMC에서 1.0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며 “곧장 제로금리로 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 노무라 등이 대표적이다. 기준금리가 제로 하한(zero lower bound)에 도달하면 그 다음 양적완화로 이어질 게 유력하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번달 1.00%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5.6% 반영했다. 0.7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14.4%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들고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유동성 투입을 위해 연준 등과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의회도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야당인 민주당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 합의가 가까워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와 다르고 단기 문제에 그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시장 불안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시장을 달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의 한 슈퍼마켓이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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