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혹시 당신도 우리말 파괴자?

최민아 기자I 2022.11.22 09:28:54
[이데일리 최민아 기자]외래어, 우리말로 바꾸는 까닭은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윤석열 정부 출범(5월10일) 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이전 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경한 풍경 하나가 생겼죠. 바로 ‘도어스테핑’ 입니다.

문을 뜻하는 ‘도어’(door)와 걸음을 일컫는 ‘스테핑’(stepping)의 합성어로,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늘리겠다며 매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 1분 남짓한 약식 기자회견을 이어오고 있죠. 요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쉬운 우리말인 ‘출근길 문답’, ‘약식 문답’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입니다.

스크린도어, 니즈, 클라이언트, 언박싱, 가스라이팅 등. 요즘 TV방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래용어들인데요.

이미 굳혀져 익숙하고 편한 외래어 표현을 굳이 우리말로 바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의 외국어 남용 사례는 더욱 심각합니다.

실제로 한 취업정보업체에서 직장인 546명을 대상으로 ‘회의석상에서의 외국어·외래어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직장인 51.28%는 ‘외국어·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외래어를 자주 쓰는 이유로는 ‘마땅히 대체할 말이 없어서’(30.17%)가 가장 많았고, ‘전문적인 느낌이 들어서’(20.69%), ‘더 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18.10%), ‘다른 사람들이 쓰니까 습관적으로’(12.93%), ‘미디어에서 쉽게 접하기 때문’(6.0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편하게 쓰고 있는 외래어를 왜 우리말로 대체해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어 전문가들은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로 ‘소통’과 ‘인권 문제’, 그리고 의미 전달의 ‘정확성’을 꼽고 있습니다. 단지 언어(말)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서서 국민의 권리, 즉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 입니다.

국어단체 및 언어학계에서는 외래어나 신조어의 남용이 자칫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차별,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 합니다.

말과 글은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합니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죠. 공공언어가 알아듣기 어려울 때 국민은 위험에 노출되고, 알 권리를 침해 당하게 되는 것이죠.

어려운 정책 용어는 사회적 비용의 낭비도 부릅니다.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연구한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2021년)에 따르면 민원 서식에 쓰인 어려운 용어 때문에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보면 2010년 약 170억원에서 2021년 약 1952억원으로 11.5배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공공언어를 개선하면 연간 3375억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시간 비용 절감 효과는 민원 서식 1952억원, 정책 용어 753억원, 약관 및 계약서 7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공공언어,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주는 공론장의 언어 등을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는 이유 입니다. 언어는 곧 인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의 바른 우리말 쓰기는 어떻습니까. 혹시 우리말 파괴자는 아닌가요?

※본 카드뉴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 ‘우리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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