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삐걱대는 숙박할인 쿠폰사업, 왜?

강경록 기자I 2020.08.12 08:21:20

대국민 숙박할인 쿠폰사업, 논란 이어져
9~10월 간 숙박시설 이용시 3~4만원 지원해
정부가 280억원, OTA가 100억원 지원
요금 인상 등 바가지 요금 부추길 가능성 높아
여행업계, 수익보다 손해 감수해야 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정부가 관광업계 지원을 위해 마련한 ‘대국민 숙박할인 쿠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관광업계 지원과 국민들의 휴식·치유를 위해 국내 숙박 예약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내놓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한 업체 분담금과 숙박 쿠폰 발행은 오히려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정부가 직접 소비자에게 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 가격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고 실효성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 부활 효과는 적고,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이후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숙박업계 지원에 380억원 내놓은 문체부

11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긴급하게 마련한 ‘여행업 위기극복 관련 할인권 지원 설명회’에는 최보근 관광정책국장을 비롯해 정원상 관광사업정책과장, 신용식 관광기반과장 등 국내 관광정책 관련 핵심 공무원들이 총출동했다. 최근 여행업과 숙박업의 지원을 위해 마련한 대국민 할인 쿠폰 사업에 대한 실효성 문제와 온라인여행사(OTA)를 비롯한 일부 여행업계의 반발 등에 해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정부가 발표한 ‘대국민 숙박할인쿠폰’은 우리 국민이 오는 9월과 10월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1인당 3만~4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7만원 이하 숙박시설은 3만원, 7만원 이상은 4만원 할인쿠폰을 준다. 총 100만 장 발행 비용 380억원 중 정부가 280억원, 야놀자와 인터파크 등 숙박예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27개사가 100억원을 부담한다

이 사업은 5월 26일 열린 제5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관광업계 지원과 국민들의 휴식, 치유를 위해 논의했던 ‘K-방역과 함께하는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문체부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 위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대만은 안심관광자유여행객숙박바우처 제도를 통해 1박당 1000대만달러(약 4만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고투트래블 캠페인을 추진하며 1박 기준 최대 2만엔(약 22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금 인상 등 바가지요금 부추길 우려 높아

일각에서는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행·관광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바가지요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피서철이면 전국 곳곳에서 바가지요금 문제로 시끌시끌했고, 주요 관광지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면서 “사업 시행 시기에 앞서 숙박업주들이 한철 대목을 노린다는 생각으로 10월까지 바가지요금을 책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일부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제품 가격을 꼼수 인상해 논란이 됐다. 당시 편의점 업체들은 인건비와 원부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협력사 요청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와 가격 인상 시기가 맞물리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쿠폰 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숙박업계에게는 ‘가뭄 속 단비’”라면서 “하지만 사업 특수에 기대 자그마한 이익을 늘려보려고 가격을 인상한다면 결국 숙박업계와 여행객(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겨우 살아난 여행 소비 심리와 업계 매출 회복에도 찬물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실질적으로 숙박업소들의 가격을 통제할 방법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향후 한국관광공사와 인터파크가 숙박업소들의 전년도 가격을 비교해 숙박업소의 가격 인상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은커녕 손해 감수해야 하는 여행업계

숙박업계의 기대와 달리 일부 여행업계도 이번 사업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사업에 참여하는 총 27개 OTA를 통해 국내 숙박예약 시 할인쿠폰을 개인당 1회 발급받을 수 있다. 투숙 날짜는 관광 내수시장의 비성수기 활성화 및 추가 관광수요 창출 목적을 살리고자 9월 1일부터 10월 말 기간으로 한정해 실시한다.

OTA들은 이 사업의 구조상 수익보다는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여행업체들이 예약대행 명목으로 방값의 10~1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단순계산으로 7만원짜리 숙소를 팔면 7000~1만500원을 가져가는데, 자부담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평균 10%의 수수료를 받는 OTA들은 최소 10만원이 넘는 숙소를 팔아야만 부담금을 충당할 수 있다. 반대로 10만원 미만 숙소는 부담금 1만원 이하의 부족분을 OTA가 메꿔야 한다. 한 참여업체 대표는 “이번 쿠폰사업은 수익보다는 시장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여행수요 선점 효과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100만명의 여행수요를 창출하는 만큼 9~10월 여행수요 비중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여행대행업체 관계자는 “상생의 취지도 좋지만,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면서 “이번 사업도 경쟁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상황에서 ‘나는 빠지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숙박할인 쿠폰사업에서 정부의 예산은 총 290억원으로, 기업의 부담금으로 알려진 100억원은 분담금이 아닌 숙박 추가 할인 금액”이라면서 “이 금액도 OTA뿐아니라 숙박업체에게도 5대5로 동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