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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관영업 '큰 장'…내년에만 16곳 계약

박일경 기자I 2017.10.24 08:50:00

공기업 6곳, 지자체 5곳 포함
지자체 금고 54곳은 선정작업 중
새 정부 출범 후 독점문제 논란에
기존 사업권자 교체 분위기 확산
경쟁 격화 앞두고 텃밭 수성 주력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주요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을 쟁취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수익성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이나 대학·병원·공항 입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7개 주요 공기업이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주거래은행 선정 절차에 착수하는 등 기관영업을 둘러싼 큰 장을 예고하고 있다.

◇연말까지 지자체 54곳 금고계약 만료…내년에도 17개 기관 추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력원자력·전력거래소·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전자통신연구원·창업진흥원 등 5개 공공기관이 내년 계약 종료를 앞우고 11월부터 주거래은행 선정에 나선다. 이중 예탁결제원은 교환대행 업무를, 대한적십자사는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을 맡을 은행을 각각 선택한다.

서울·인천·세종·전북·제주 등 5개 광역자치단체도 금고은행을 선정한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나머지 지자체는 NH농협은행이 제1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5개 지자체 예산만 60조원에 달한다. 앞서 대전·강원·충북·전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50개 기초지자체 등 모두 54개 지자체 금고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선정절차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대전·청주·천안·충주·공주 등 5개 지방법원에선 수납은행에 대한 적격성 심사 및 공개경쟁 입찰을 받는다.

기관영업의 강자는 우리은행이다. 102년간 서울시 주거래은행 역할을 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작된 2010년 이전 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를 뒀던 한국전력·수력원자력·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89개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도 담당했다.

NH농협은행은 각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공탁금 등 법원 수납은행에서 강세를 보인다. 작년 한해 전국법원에 접수된 금전 공탁금(8조5500억원)의 74%를 담당한다.

◇“수성(守成) vs 공성(攻城)”…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後 ‘특정은행 독점지위’ 문제인식 퍼져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장기간 특정은행에 부여해온 독점적 지위 보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심해지면서 사업권자 교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이 10년째 운영해온 경찰공무원 대출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냈다. 그러자 신한은행은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KEB하나은행이 5년간 독점해왔던 공항 상업시설 내 영업점·환전소 운영권을 차지하며 만회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다시 우리은행이 10년 동안 신한은행이 유지해온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지위를 빼앗았다.

주거래은행 선정에 이어 국민연금이 진행하는 국내외 주식·채권과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수탁업무 수행 은행 입찰에도 주요 은행들이 모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주거래은행이 되거나 공항 등에 점포를 내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조원대까지 운용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 해당 기관 임·직원을 고객군으로도 붙잡을 수 있어 이점이 크다. 특히 기관영업은 개인 및 기업대출에 비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분류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기관영업 경쟁이 격화할 것이 분명하지만, 뺏기느냐의 관점보다는 누가 얼마나 자신들의 텃밭을 수성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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