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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020]⑤'정의연·윤미향 사태'…시민단체 민낯 드러나

이용성 기자I 2020.12.27 12:18:00

지난 5월 이용수 할머니 '작심발언' 후 파장 일파만파
후원금 사적 유용·부실회계·안성쉼터 고가매입' 논란
정의연·윤미향 측 "사실 무근" 반박하며 진실공방 국면
검찰, 9월 윤미향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이데일리 사건팀은 올 한 해 발생한 주요 사건 중 꼭 되짚어 봐야 할 것들을 키워드별로 선정해 총 5회에 걸쳐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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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성금·기금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지난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말 한마디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구시 남구의 한 찻집에서 쏟아진 이 할머니의 폭로는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을 향했다. ‘정의(正義)’에 균열이 나는 순간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5월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 ‘작심 비판’…‘정의연 윤미향 사태’ 일파만파

정의연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 할머니가 나이가 많고, 심신이 취약해진 상태라 기억이 왜곡됐고, 서운한 것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한 마디는 큰 파장을 빚었다. 국세청 홈택스에 정의연이 공시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49억을 기부받았지만, 약 9억원만 피해자 지원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지출 내역엔 수혜자 인원이 ‘99명’, ‘999명’으로 표기돼 있는 등 부실회계 정황과 윤 의원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처음 열린 수요시위에서 정의연은 “입력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며 “기부금 사용에 있어 불법적 유용이나 횡령이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논란을 틀어막으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후원금 논란’은 경기도 안성 소재 피해자 쉼터 고가 매입·쉼터 사적 운용·윤 의원 부친 운영비 지급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5월 25일 이 할머니는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활활 타오르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할머니는 “30년을 함께 하고도 의리 없이 하루 아침에 배신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울먹이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윤 의원은 그간 침묵하다 나흘 뒤인 5월 29일 공식 석상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다.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서 30일이 되면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불체포 특권’을 갖게 되는 윤 의원은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고, 안성 쉼터로 어떤 부당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며 대해 정면 반박했다.

진실공방 국면…검찰은 전방위 수사 확대

진실 공방으로 접어든 ‘정의연·윤미향 사태’의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각종 시민단체들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5월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일주일 뒤인 26일을 시작으로 정의연 회계담당자들을 차례로 불러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검찰과 정의연·윤미향 측의 갈등은 6월에 정점을 찍었다. 검찰은 안성 쉼터와 시공 건설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인물들을 차례로 소환했다. 그러던 중 6월 6일 아침 정의연 ‘마포구 쉼터’ 소장이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연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고인이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 측은 “고인을 조사한 사실과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검찰, 윤 의원 6개 혐의 적용 불구속 기소…윤 의원 측 반박

세간의 이목은 윤 의원에 기소 여부에 집중됐다. 검찰은 정의연·정대협 회계담당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요양보호사·정대협 직원 등을 소환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검찰은 결국 수사 3개월 만인 지난 8월 13일 윤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 4개월 만에 지난 9월 14일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기부금품법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가 적용됐다. 정의연 이사 A(45)씨 역시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윤 의원이 허위 신청하고 등록해 국고와 지방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 의원이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모금한 돈을 일부 사용한 혐의도 있다고 파악했다. 특히 검찰은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서 약 8000만원을 기부 또는 증여하게 한 혐의도 같이 있다고 봤다.

윤 의원에 대한 유·무죄 여부에 대한 하급심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문병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의원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거나 편취한 것이 아니고 단체를 위해 쓰였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월 11일에 진행된다.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사진=연합뉴스)


‘정의연·윤미향 사태’…기부 문화 ‘불투명성’ 떠올라

올 한 해를 들썩이게 했던 ‘정의연·윤미향 사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시민사회단체 운영의 불투명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의연 사태가 불거지자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기부금 반환소송대책 모임’은 정의연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후원금·기부금 반환소송을 추진했다. 해당 민사소송 중 1·2차 후원금 반환 소송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3차 후원금 반환 청구 민사소송은 서울서부지법에서 판가름 난다.

대통령 당선 전부터 평생 시민사회 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문재인 대통령도 입을 열었다. 지난 6월 8일 문 대통령은 정의연과 윤 의원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2의 정의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예산 8억5000만원을 투입해 기부금품 모집 관련 내용을 취합해 통합 공개하는 ‘기부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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