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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하자 더 늘어난 전세대출…이유는

장순원 기자I 2018.12.09 13:21:13

주담대 규제 강화하면서 전세수요 증가
DSR 규제서 빗겨나…전세금 비싸진 영향도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은행권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13 대책을 통해 전세금도 규제 칼날을 들이댔으나 약발이 좀처럼 듣지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꺾이며 매매 대신 전세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증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62조7656억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1조8526원 가량 늘었다.

올 하반기 들어서며 5대 은행의 월별 전세대출 증가액은 1조에서 1조5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는데 10월부터 전세대출 증가액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에서는 11월 한 달간 전세대출이 약 8766억원(추정치) 늘었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3배 많은 규모다. 2016년 이후 월별 증가액으로는 최대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9·13대책을 통해 처음으로 전세대출에 규제 칼날을 들이댄 직후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이다. 9·13 대책에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사 모두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신규 보증을 제한하고, 공적보증인 주택금융공사와 HUG의 경우 1주택자인 경우에도 새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려면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하여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401조933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1736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가 한달 새 4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2016년 8월(4조3487억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이 가운데 약 40%가 전세대출 증가분일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10~11월 이사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증가 폭이 가파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면서 매매 대신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달 은행권부터 본격 시행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은 이자만 반영하도록 해 대출부담이 크지 않기도 하다. 전세 가격 자체가 뛰어오르면서 대출금액이 커진 측면도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평균 전세 가격이 4억4000만원 안팎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대출이 유독 많이 증가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매매수요가 줄어들고 반대급부로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며 “전세대출이 당분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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