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거래세 낮춰야"…부동산 양도·취득세 왜 더 높아질까?

원다연 기자I 2021.02.11 12:00:00

[세법분석]文 “거래세 낮추는 게 맞는 방향” 밝혔지만
취득세 최대 12배 인상돼, 6월부터 양도세 강화도
불로소득 과세 강화, 지방재정 고려해 완화 없을듯
매물 잠김 장기화 우려 “실수요자 거래세 완화 필요”

한 시민이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크게 보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부동산 세법 관련 질의를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같은 기조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런데도 부동산 양도세·취득세 완화 움직임은 없다. 정부는 지난 18일 기재부 등 관계부처 합동 설명회에서 “양도세 완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언뜻 보기에 당초 밝혔던 기조와 다르게 가는 듯이 보인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韓 양도세, OECD 평균보다 3배 높아

정부의 세법 로드맵을 보면 오는 6월부터 양도세는 오히려 강화된다.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에 따라 오는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방안이지만 주택 매물 출회를 위해 적용 시점은 오는 6월로 설정됐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경우 적용되는 중과 세율은 기존보다 1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아울러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은 기존 40%에서 70%로 높아지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기본세율에서 60%로 인상된다. 최고 양도세율은 2주택자가 65%, 3주택자 이상은 75%가 적용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강화는 작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기존 4주택 이상에만 적용하던 취득세 중과세율 4%는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강화됐다. 다주택 법인에는 일괄 12%가 적용되고 있다. 이 결과 취득세는 작년부터 기존 1~4%에서 최고세율 12%로 최대 12배 올랐다.

이같은 양도세·취득세는 해외와 비교해도 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년 기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0.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취득세를 중심으로 추정한 결과다. 양도세까지 포함하면 해외보다 세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여당에서도 양도세 완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택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의 세금이 강화된 상황에서 매물이 시장이 나오도록 하려면 거래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통화에서 “양도세 중과 시점을 6개월이든 1년이든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며 “이렇게 유예기간을 둬서 다주택자들이 확실히 매물을 내놓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당정은 거래세 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양도세를 완화하면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와 다주택 보유 법인, 단타 거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을 낮추기 위해서 중과를 완화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세 강화라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6월1일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지도 않았는데 정책을 수정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팔면서 얻은 차익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고 해놓고, 정책 시행도 전에 완화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춰야”

양도세를 완화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는 세졌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현재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시가 9억원이 넘으면 20%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더라도 서울의 실수요자가 해당 매물을 사기는 버거울 수 있다.

취득세는 부동산 시장 규제라는 측면 외에 지방세수 문제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완화가 더욱 쉽지 않다. 부동산 취득세는 지방재정의 주요 세입원으로 취득세율이 인하할 경우 지방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취득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지방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전문가들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신혼부부 등에 대해서는 거래세 인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상승한 만큼 세금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연히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 거래를 터줘야 한다”며 “당장 양도세, 취득세 완화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에 물러서는 듯한 모습으로 비출 수 있어 쉽지 않겠지만,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당장 거래세를 인하하고 고가주택의 기준을 현실에 맞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경우 적용하는 중과 세율은 기존보다 10%포인트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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