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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보는 증시]코스닥 노크 SNK, '킹 오브 파이터스' 영광 재현하나

김무연 기자I 2019.04.13 14:00:00

SNK, KOF·메탈슬러그 등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회사
게임 시장 흐름 변화와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법정행
2001년 신규법인으로 새 출발해 중국 자본에 인수
올해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상장 목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7 공식 로고(출처=더 킹 오브 파이터즈 공식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던 그 시절. 방과 후 학교 앞 문방구 앞에 설치된 자그마한 아케이드 게임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7(KOF 97)’을 해 본 사람이라면 로버트 가르시아의 ‘짤짤이’ 연타에 친구 멱살을 잡아챘던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KOF 97에서 로버트의 비연질풍각은 어린이들이 타이밍을 잡고 피하거나 카운터를 넣기 어려울 정도로 발동 속도가 빨랐고 가드를 하더라도 상대 체력이 쭉쭉 빠질 정도로 데미지도 높았으며 기 게이지 수급도 좋아 초필사기도 쉽게 쓸 수 있는 ‘사기 기술’ 중 하나였다. ‘1세대 초딩’들에게 니카이도 베니마루와 더불어 로버트가 ‘사기 캐릭터’로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다.

◇‘KOF’, ‘메탈슬러그’ 만든 SNK, 법정관리까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KOF와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개발한 것은 일본의 게임업체 ‘신 일본 기획’(Shin Nippon Kikaku, SNK)이다. 1978년 법인으로 설립된 SNK는 이듬해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복제판 ‘오즈마’를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에 나섰다.

‘사이코솔저’, ‘이카리 시리즈’를 연달아 내놓던 회사는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2’가 큰 인기를 끌자 ‘아랑전설’, ‘용호의 권’ 등 대전액션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두 게임이 인기를 얻어 팬 사이에서는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 주인공 중 누가 더 강한지 논쟁이 붙기 시작했고 SNK는 이벤트 성으로 자사 게임 캐릭터를 집대성한 대전 게임을 내놓는다. ‘KOF’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 계기다.

이외에 인기 캐릭터 나코루루로 유명한 ‘사무라이 스피리츠(사무라이 쇼다운)’, ‘월화의 검사’ 시리즈 등도 인기를 끌었다. 다만 게임 시장이 아케이드에서 PC와 콘솔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북미, 유럽 공략에도 소홀했던 SNK의 경영 사정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네오위즈 월드’라는 테마파크를 열어 사업을 확장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해 회사는 결국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SNK 공식 CI(출처=SNK 공식 홈페이지)
◇새로 태어난 SNK플레이모어, 중국 자본을 대주주로 맞다

SNK는 법정관리에 앞서 플레이모어라는 별도의 회사를 세워 대비했다. SNK가 도산하자 일본 파산법원은 SNK의 지적재산권을 공개 입찰에 부쳤는데, 이 때 플레이모어가 참여해 SNK의 지적 재산권 대부분을 되찾아왔다. 회사는 2003년 SNK플레이모어로 사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SNK로 다시 태어났다.

다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주요 인력이 이탈하면서 기존 SNK 게임만의 느낌과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KOF, 메탈슬러그 등은 기존 지적재산권(IP)에 기댔을 뿐 게임 완성도가 기대를 밑돌아 게임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데이즈 오브 메모리즈(Days of Memories) 시리즈, SNK 걸즈 아일랜드 등 SNK 게임에 등장했던 여자 캐릭터를 활용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또한 회사 수익성에는 도움이 됐지만 기존 팬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2014년 메탈슬러그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메탈슬러그 디펜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SNK는 반등에 성공한다. 발매 2년이 지난 2016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800만 회를 돌파할 정도로 메탈슬러그 디펜스의 인기는 정점에 달했다. SNK의 성장을 눈여겨 보던 중국 37Games는 자사 조인트 벤처(JV) 러도 밀레니엄을 통해 SNK 플레이모어의 지분 81.25%를 6350만 달러(한화 기준 약 740억 정도)에 인수했다.

◇KRX 선택한 SNK, ‘검은 10월’ 여파 딛고 재도전

중국에 인수된 SNK는 파칭코 사업에서 철수하고 게임 IP 라이선스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사명을 SNK플레이모어에서 SNK로 변경하며 과거 SNK의 부활을 천명했다. 또한 한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국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의 중국 법인 대표를 맡고 있던 전세환 대표를 SNK 공동 CEO 겸 SNK 한국 법인 SNK인터랙티브 대표로 영입했다.

실적이 안정화 궤도에 접어들자 SNK는 기업공개(IPO) 준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아닌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상장을 노리며 게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게임 업체가 한국에서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는데다 한국 시장에서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 증시에 입성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한 SNK는 돌연 12월 상장을 자진철회했다. 지난해 ‘검은 10월’ 이후 국내 증시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 1조517억원을 설정해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다만 SNK는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코스닥 시장 입성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증시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있는데다 회사가 부대 사업을 정리하고 게임 IP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기업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NK는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 구조조정 통해 IP 라이선스 상럽에 집중하는 게임회사로 거듭났다”며 “SNK의 IP 라이선스 매출액은 2016년 300억원 수준에서 올해 800억원으로 166% 증가가 예상되고 IP 라이선스 계약 건수 역시 계단식으로 축적되고 있는 만큼 투자 메리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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