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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분홍 원피스 유감?..."아, 쉰내 나" "꼰대당"

박지혜 기자I 2020.08.06 08:14: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정의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불쾌함을 나타냈다.

먼저 정의당은 지난 5일 조혜민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지금은 2020년”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조 대변인은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일 수 있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태도는 이중잣대에 불과해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성 의원의 경우,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화려한 색의 옷차림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며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원피스, 반바지 차림을 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뭘 입던 무슨 상관? 이런 수준으로 받아들여지지도, 마음이 가라앉지도 않는다. 이건 떼로 달려들어 폭력적 수준의 말들을 쏟아내는데 민주주의? 개혁?”이라며 “21세기에 원피스로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모욕죄’, ‘명예훼손’ 이런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한다니”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나는 논쟁이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 정말 이럴 때 기분 더럽다고 하는 거다”라고도 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를 지낸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올림머리, 투피스 정장만 예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배 본부장은 “다들 (예의있게) 비슷한 머리스타일, 블라우스에 스카프, 정정바지 또는 치마로 스타일링 한다. 난 비슷한 스타일링 때문에 간혹 누가 누구인지 잘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기도 하다”며 “비슷비슷한 스타일. 다들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편하게, 개성있게, 스타일링 하시는게 국민을 닮은 국회로, 탈권위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장 지적도 어이없지만 성희롱이 너무 심해서, 이를 어찌 대응해야하나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도 “아, 쉰내 나”

민주당에선 고민정 의원과 유정주 의원이 류 의원의 원피스를 언급했다.

고 의원은 “난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진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회는 그렇게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 다른 생각들이 허용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17년 전 그 쉰내 나던 논쟁’이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리며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은 지난 3일 창립행사를 가졌다. 저는 류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여의도식 청년 구분법’으로 제일 나이 많은 저, 그리고 가장 나이가 적은 류 의원이 상징적으로 대표의원을 맡았다. 당일 인사말과 그전 행사 준비 중에 가벼운 이벤트로 ‘오늘 복장으로 내일 본회의에 참석하기’를 준비했다. 그날 류 의원은 원피스를 입었고, 저는 청바지를 입었었다. 결론적으론 저만 약속을 못 지킨 꼴이 되었다”고 전했다.

유시민의 ‘빽바지’ (사진=연합뉴스)
유 의원은 17년 전 유시민 전 개혁국민정당 의원의 이른바 ‘빽바지’ 사건(?)을 떠올리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같은 논란(?)이 일어나고 그때보다 더 과격한 공격에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2040청년다방’의 ‘2040’엔 20년 후인 2040년까지 내다보고 청년과 함께 방법을 찾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금 논란을 보자니, 2040년에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될지도 모르겠단 ‘합리적 우려’가 된다”며 “‘20년 전엔 원피스 사건이 있었어’라고. ‘아, 쉰내 나’”라고 덧붙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4월,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 당선해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당시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재킷에 티셔츠, ‘빽바지’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그의 복장에 일부 의원들은 “저건 예의가 아니잖아”, “국회가 이게 뭐냐”, “퇴장시키자”고 반발했다.

남성 의원 가운데에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복장을 갖고 평가하기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해야 할 복장이 어떤 수준인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며 “유시민 전 의원이 ‘빽바지’를 입고 왔다고 해서 의정활동을 엉망으로 하거나 생각이 바르지 못하거나 한 게 아니잖나”라고 반문했다.

“꼰대당…통합당은 달라”

통합당에선 다소 정치적인 해석이 나왔다.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SNS에 “이제 민주당에서 ‘민주’라는 말을 뺄 때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꼰대력’으로는 (통합당과 민주당이) 완전히 배턴터치가 됐다”고 비판했다.

여권 지지 성향의 커뮤니티와 민주당 당원모임 커뮤니티에서 류 의원에 대한 성희롱성 글이 올라온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일부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류 의원의 패션을 가지고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며 “복장이 어디가 어떤가, 국회가 학교인가”라며 “‘꼰대력’ 극강의 복장 지적, 다양성이 사라진 경직된 당 분위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미투(Me too, 성폭력 폭로 의미의 ‘나도 당했다’)”라고 민주당을 저격하면서 “명실공히 ‘꼰대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합당의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원이 되고도 반팔 옷을 입고 회의에 잘 나가고 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비대위원들, 의원들, 당직자들, 하물며 기사들도 복장을 가지고 지적을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어떤 비대위원이 회의에서 반팔을 입었다고 혼쭐이 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당이 한때 ‘꼰대력’으로 상한가를 치던 무렵”이라며 “젊은 사람이 입고 싶은 옷 입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게 변화이고 젊은 정당”이라고 했다.

한편, 류 의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성희롱성 비난에 대해선 “제가 원피스를 입어서 듣는 혐오 발언은 아니다. 제가 양복을 입었을 때도 그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있었다”고 했다.

류 의원은 또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고 소신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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