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식 BM을 쉽게 말하면 캐릭터의 강함을 돈 주고 살 수 있게 만든 과금 설계입니다. 이 과정에서 뽑기 또는 성공 확률이 들어가 상황에 따라 수십, 수백, 수천만원의 돈을 들이고도 목표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엔씨는 이용자 간 경쟁을 붙여 과금 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 설계로 매출을 확보했는데요. 처음엔 호응했던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아저씨의 준말)들도 고강도 BM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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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1위인 오딘도 범(汎)리니지류 게임에 속합니다. ‘리니지 라이크(like)’ 게임으로도 불리는데요. 다수의 범리니지류 게임이 있지만, 유독 엔씨에 비판이 쏠린 것은 1등 업체에 대한 몇 차례 기대가 매번 실망으로 바뀐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택진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혁신’을 강조한 바 있었으나, 블소2를 보면 사실상 ‘말만 앞선 혁신’으로 나타난 상황입니다.
최근 게임 내 혁신은 한국이 아닌 중국 게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상당수 중국 게임이 자극적인 광고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K-게임을 훌쩍 앞선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작년 9월 말 중국 미호요가 출시한 ‘원신’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미호요 ‘원신’이 다시 국내 앱마켓 최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체 3위에 올라 막 출시된 블소2를 한 계단 제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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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결제를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커뮤니티 반응도 보입니다. 평소 과금 유도가 한국 게임보다 확실히 덜하고 결제는 ‘남들을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기만족’이라는 것인데요. 이처럼 하나하나 열거하다 보면 미호요가 원신으로 K-게임과 여러 측면에서 다른 설계를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일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원신은 △홍콩 등 6개국 1위 △일본과 독일 등 7개국 2위 △한국과 프랑스 등 4개국 3위 등 세계 각지에서 매출 최상위권을 휩쓸었네요. 총 36개국에서 매출 톱10 내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엔씨를 포함해 여러 국내 기업이 리니지식 BM이라는 흥행 방정식으로 덩치를 불렸습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 타이틀 출시가 이어졌을 뿐, 눈에 띄는 실험적 시도는 시장에서 실종된 상황이었는데요. 블소2는 K-게임의 현주소를 되짚은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법합니다. 이후 엔씨를 포함해 국내 게임 기업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반전의 역사’로, 아니라면 ‘K-게임의 흑역사’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