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쟁점!KT합병)⑤합병법인 시너지는 얼마나

양효석 기자I 2009.02.17 10:10:00

`수익성 개선` 지상과제
매출 대비 인건비 22%..`구조조정없는 효율화 제시` 논란
요금 통한 `소비자편익`-수익성 통한 `주주가치` 충돌도 우려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KT-KTF 합병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합병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1월19일. KT와 KTF 주가는 각각 3만9750원, 2만8450원이었다. 다음날 합병 발표로 주가는 잠시 들썩이다가 2월16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3만9150원, 2만7800원으로 떨어졌다. 작년부터 합병 소식이 흘러나와 선반영된 부분도 있고, 전체적인 증시환경에 따른 변동도 있어 절대적이진 못하다. 그럼에도 주가를 통해 본 주주들의 합병 기대감은 그리 뜨겁지 않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20%를 넘는 상태에서 무선 자회사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 2009년 KT-KTF 합병법인 가이던스
KT는 KTF와 합병을 통해 2011년까지 매출을 20조7000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경쟁활성화로 소비자 혜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5년간 5조원의 생산유발과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통한 생산유발과 고용창출은 합병 승인기관인 정부가 바라는 바 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식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합병 후 정부의 정책코드와 주주가치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것.

◇구조조정 없는 합병..시너지는?

작년 KT(030200) 매출액은 11조7849억원. 이중 인건비는 2조6149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2.1%를 차지했다. 자회사인 KTF(2.9%)와 비교하면, 인건비 비중이 7배 이상 높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는 SK브로드밴드(9.5%), LG데이콤(7.2%), LG파워콤(5.0%)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그 만큼 인력운영에 비효율이 많다는 의미다. 
                                                                                                                    
▲ 2008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

비효율적 인력운영을 개선하지 않고선 합병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정부 정책 기조가 일자리창출을 우선시 하는 만큼, KT가 쉽사리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석채 KT 사장도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없다"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안하느냐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T는 이 같은 문제점을 대체하기 위해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내세웠다. 합병후 3년간 연평균 2783억원(합병 1년차 1970억원·2년차 2400억원·3년차 398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KT는 합병 첫 해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KT와 KTF의 매출액 합은 20조1311억원. 양사간 내부거래 약 1조원을 감안하더라도 합병시 정상 매출액은 약 19조원이다. 작년 영업이익 합도 1조5681억원으로, 비용절감 목표액 1970억원을 감안하면 1조7651억원이다. 합병후 목표와 비교하면, 단순한 조직결합에서 나오는 매출·영업이익 외에는 합병시너지가 없는 셈이다.

◇합병되면 글로벌 경쟁력 올라가나

KT는 합병법인 지향점으로 `글로벌 사업자로의 변신`을 언급했다. 이동통신이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지금껏 유·무선간 분리된 구조적 한계로 글로벌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양사 합병으로 유무선 분리구조를 극복하고, 컨버전스 영역을 선도해 글로벌 사업자로 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합병시 아시아 6위권 사업자로 규모경제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反) KT 진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합병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 보다는 KT 자체역량을 강화하고 인건비 절감 등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그동안 해외진출을 제대로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고, 아직까지도 합병후 구체적인 글로벌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석채 사장 스스로도 취임 당시 컨버전스시대에 무엇을 캐시카우로 만들지는 KT 임직원에게 달려있다면서, 합병후 사업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 KT 진영에서는 이번 합병목적이 유선시장의 성장정체를 무선시장으로 커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선전화 시장은 매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 감소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방통위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허용, 성장정체를 극복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와이브로와 IPTV 등 신규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지만, 아직 매출·수익개선에 뚜렷한 효과는 없다. 

◇소비자 편익은 어떻게 되나

KT는 합병시 유무선 통합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져 소비자의 요금혜택이 높아진다고 제시했다. 승인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장 바라는 합병 목표중 하나다.
 
그러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특히 수익성 개선이 지상과제인 KT로선 부담스러운 목표라는 지적이다. 논리상 소비자 이윤증대는 이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비자 이익과 주주가치와의 갈등이기도 하다.

소비자편익과 관련,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합병시 다양한 유무선 결합상품이 가능한데, 이 경우 경쟁사에게 받는 시내전화 보조금으로 이동전화 마케팅비용을 충당해도 현재 회계분리 감독체계상 비용오배분을 찾아내기 힘들다. 시내전화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

이와 관련 LG텔레콤 관계자는 "보편적 역무에 대한 손실보전 제도를 통해 현재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KT의 시내전화 등에 대한 손실을 일부 보전해 주고 있다"면서 "KT는 이렇게 손실을 보전받고 있는 시내전화망을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 및 이와 결합한 이동통신에도 활용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번 내려간 요금을 다시 올리기 힘든 만큼, 통신사업자들이 요금인하보다 마케팅비용 지출을 통한 가입자 확보에 더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합병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유치경쟁이 심화되나, 중장기적으로는 LG텔레콤이나 통신재판매(MVNO)사업자에 대한 시장진입 저지로 경쟁이 악화돼 요금인하가 억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