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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의 비사이드IT]5G 스마트폰이 비싼 이유

장영은 기자I 2020.05.16 11:49:06

5G폰 동일모델이 4G폰보다 10만원 이상 비싸
모뎀·AP 등 고사양 부품 탑재…"원가 85% 높다"
보급형 칩셋 가격 인하 등으로 중저가 5G폰 봇물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4세대(G) 이동통신 전용 모델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 4G폰이 대세이긴 하지만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는 신제품은 거의 5G 전용 모델로만 나왔었지요.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 경기가 침체되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4G폰을 선보이는 모습입니다. 최신 통신 사양인 5G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비해 제품 가격 자체도 싸지만, 저렴한 통신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5G폰은 왜 4G폰 보다 비쌀까요. 최신 제품이고 사양이 높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비싸고, 왜 비싼지, 중저가 5G폰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 알아봤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에 출시된 4G 스마트폰, 왼쪽부터 삼성 갤럭시A31, 아이폰SE, LG Q51. (사진= 각사)


5G폰 얼마나 비쌀까…20만원까지 차이

우선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보겠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은 4G와 5G 모델로 출시됐는데요. 4G모델은 저장용량 128기가바이트(GB) 기본 모델이 105만6000원, 5G 모델은 기본인 256GB 저장용량이 139만7000원이었습니다. 5G 모델이 저장용량이 2배이긴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해도 20만원 정도 비싼 셈입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높은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갤럭시A51’ 역시 비슷합니다.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4G 모델로 출시된 갤럭시A51(128GB)의 출고가는 799만동(약 41만원)으로, 최근엔 해외 직구를 통해 30만원대 중후반에 살 수 있습니다. 이번달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A51 5G 모델의 국내 출고가는 57만2000원이니, 16만원 이상 더 비싼겁니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4G 전용폰의 가격을 봐도 애플의 2세대 ‘아이폰SE’(55만원), 삼성전자의 ‘갤럭시A31’(37만4000원), LG전자(066570)의 ‘Q51’(31만9000원) 사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S10 플러스 5G 모델에는 모뎀칩, 트랜시버 등이 추가로 탑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테크 인사이트)


신제품의 숙명…부품 비싸고 더 많이 들어간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갤럭시S10과 갤럭시A51 4G와 5G 모델은 모델명이 같을 뿐 세부 사양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저장용량, 카메라, 배터리 등의 사양이 5G 모델이 더 높고, 갤럭시S10의 경우 5G 모델이 화면 크기도 조금 더 큽니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5G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부품 원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4월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이 낸 보고서를 보면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5G폰에 탑재되는 전체 반도체 가격이 4G폰에 비해 85% 비싸다고 합니다. 주요 부품인 반도체 가격이 거의 2배에 달한다는 분석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5G의 특성상 안정적인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훨씬 성능이 좋은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통신에 필요한 모뎀칩 뿐 아니라 AP의 가격이 모두 2배 이상 높습니다.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기기에 탑재되는 D램과 낸드의 용량도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중국에서는 4월 말부터 2000위안(약 35만원)대 중저가 5G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료= GSM 아레나,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5G 확산에 맞춰 단가 낮아지는 추세…5G도 중저가폰이 대세

이런 이유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5G폰은 비싸다는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올해 2분기부터 중국은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중저가 5G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 보급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대량 양산과 기술 수준의 향상으로 부품 원가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저가의 5G 부품이 대량 양산되고 퀄컴도 올해 초부터 보급형 5G 칩셋인 스냅드래곤 7시리즈의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스냅드래곤 765 5G 칩셉의 경우 기존보다 약 30% 가량 떨어졌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화웨이의 ‘P40’ 시리즈를 비롯해 샤오미, 오포 등에서 30만~50만원대의 5G 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국내에 갤럭시A51 5G를 출시한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60만원대의 ‘갤럭시A 퀀텀’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똑같은 사양이라면 여전히 4G폰 보다 5G폰이 더 비싸겠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사양과 가격대를 갖춘 5G폰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5G 확산이라는 큰 흐름이 배경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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