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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악화가 소득 불평등으로…‘K자 양극화’ 심화하나

이명철 기자I 2021.02.19 08:07:07

소득분배지표 5분위 배율, 작년 3~4분기 연속 악화
코로나19로 임시·일용직 등 고용취약계층 타격 더 커
“피해계층 두텁게 지원해야”…고용 안정 추경도 편성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한광범 기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책 지원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늘었지만 고용 취약계층이 많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 회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피해계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득하위 20% 근로소득 1년 내 감소, 재난지원금 역부족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가계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1.8%(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근로소득(급여소득·상여금 등)은 340만1000원, 사업소득(사업소득·임대소득 등) 99만4000원으로 각각 0.5%, 5.1% 줄어 사상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세를 나타냈다. 사업소득은 2003년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감소폭이기도 하다.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 간 소득 격차는 커졌다. 소득 분배 지표로 활용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으로 나눈 값) 5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보다 0.08배 포인트 높아져 2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5분위 배율이 올라갈수록 소득 분배 여건은 악화했다는 의미다.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5분위를 1분위로 나눈 값)도 7.82배로 0.93배 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격차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시장 부진의 여파 때문이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있는 사업소득과 달리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인 근로소득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근로소득은 감소세다.

특히 1분위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3.3%) 감소 전환한 후 2분기(-18.0%), 3분기(-10.7%), 4분기(-13.2%)까지 4개 분기 연속 지난해보다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5분위는 지난해 2분기(-4.0%), 3분기(-0.6%)에만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이러한결과는 5분위가 상대적으로 고용 안전성이 높은 상용직 등 비중이 높은 반면 저소득층은 임시·일용직 등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 고용 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상용직 취업자 수는 1462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지난해 1월 증가폭(66만4000명)에 비해 크게 둔화했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임시·일용직(499만5000명)은 같은 기간 79만5000명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해 4월(-78만2000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소득 보전에 그칠 뿐 양극화 해소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동 돌봄비 등 5분위에도 돌아가는 지원금이 있어 오롯이 저소득층만 정책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지난해 3분기의 경우 5분위의 공적 이전소득 증가율은 40.3%로 1분위(15.8%)보다 높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는 1분위(17.1%)가 5분위(11.7%)보다 소폭 높았다.

소득 분배 지표로 활용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으로 나눈 값) 5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보다 0.08배 포인트 높아져 2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5분위를 1분위로 나눈 값)도 7.82배로 0.93배 포인트 상승했다. 5분위 배율이 올라갈수록 소득 분배 여건은 악화했다는 의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홍남기 “양질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정책역량 집중”

정부도 코로나19발 고용 침체에 따른 양극화를 경계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가계동향 발표 후 페이스북에서 “1분위 소득은 정책지원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해 시장소득 감소폭이 어느 정도 보완됐다”면서도 “충격이 집중된 임시직·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 피해가 상대적으로 커 분배악화를 막기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고용 부진은 결국 소득 격차로 나타나는 만큼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다음달 초 편성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고용 안정 사업을 추진한다. 애초 1분기 중 공공일자리 90만개를 창출할 방침이었는데 추가로 일자리 사업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일자리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홍 부총리도 “제조 경쟁력 뒷받침, BIG3산업·창업벤처 육성, 한국판 뉴딜 추진, 획기적인 규제혁파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 추경 편성을 통해 지급할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동향 조사를 통해) 소득 하위 계층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점이 명확한 만큼 이들에 대한 선별 지원이 맞는 방향”이라며 “소득·매출 자료를 통해 더 세밀하게 핀셋 지원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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