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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륙에 성공한 K의약품...1년새 처방점유율 크게 확대

김지완 기자I 2021.07.25 11:35:54

트룩시마 16.4%→23.0%, 램시마 10.5%→ 17.5%
그 외 렌플렉시스, 엑스코프리, 허쥬마 점유율 ↑
SK바이오팜, 뛰어난 효능 앞세워 오리지널 시장 침투
비우호적 美시밀러 시장, 정책 영향에 분위기 반전
유럽 처방데이터 공유되며 미국內 처방 증가
약가 경쟁 넘어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긍정적 영향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K의약품의 미국 시장 상륙이 본격화되고 있다.

엑스코프리 홍보이미지. [자료=엑스코프리 홈페이지]


25일 미국 헬스케어 정보서비스 ‘심포니 헬스’(Symphony Health)에 따르면 국산 의약품들이 미국에서 1년 만에 처방 점유율이 대폭 확대되는 등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자가면역 치료제 ‘인플렉트라’(국내명 램시마)는 점유율이 1년 전 10.5%에서 17.5%로, 삼성바이오에피스 ‘렌플렉시스’는 5.4%에서 7.1%로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존슨앤존슨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 점유율은 84.1%에서 75.4%로 줄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을 뺏은 결과다.

셀트리온(068270)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점유율이 1년 만에 16.4%에서 23.0%로 오르며 오리지널 제재인 ‘리툭산’ 점유율 하락을 부추겼다. 이 기간 로슈의 리툭산 점유율은 80.2%에서 47.8%로 축소됐다.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는 출시 1년 만에 점유율 3.3%를 기록하며 뇌전증 치료제 처방 순위 5위에 올랐다. 셀트리온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점유율도 1년 새 0.2%에서 1.0%로 늘었다.

우수 효능 앞세워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침투

국산 오리지널 의약품은 처음 미국에서 순위권에 진입했다. SK바이오팜(326030) 관계자는 “(엑스코프리 점유율이)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며 “미국 내 코로나 백신 접종률 상승에 대면 영업 개시로, 엑스코프리의 뛰어난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엑스코프리는 임상에서 완전 발작 소실률(발작증상이 일어나지 않는 비율)이 21.0%를 기록했다. 1위 치료제 빔펫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2.4~4.6%에 불과하다. 빔펫은 지난 1년간 미국 시장 점유율은 81.0%에서 71.0%로 10%P 줄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이른바 ‘짝퉁’ 취급하던 미국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8년 기준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60%를 차지했지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3.0%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확대되면서 굳건하게 시장을 방어해왔던 오리지널 의약품이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8년 7월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계획’(BAP)을, 지난 2019년 4월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에 대한 지침’을 각각 발표했다. 해당 지침으로 미국에서 약사는 처방 의사 개입 없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조제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저렴한 복제의약품 처방 장려 정책 등을 통해 ‘오바마케어’를 부활시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특허약과 효능이 같은 복제약 판매를 촉진과 약값 인하 방안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 성공 발판 삼아, 바이오시밀러 美 점유율 확대

유럽 의약품 시장에서의 성공이 미국 내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서 성공을 거뒀고, 이 처방데이터가 미국에 공유되면서 1~2년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해당 처방데이터를 통해 미국 의료계가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유럽 시장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부연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 램시마는 53.0%, 트룩시마는 36.0%, 허쥬마는 15.0%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 매출은 지난해 6101억원으로 지난 2019년 5361억원 대비 13.8% 증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파트너 바이오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를 유통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도 지난달 독일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입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것도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와 달리 리베이트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처방 건수를 늘리기 위해선 가격 정책만으론 안 된다. 리베이트, 협회 관계, 개별 의사 마케팅이 모두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미국에서 K의약품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최근 백악관은 행정명령으로 제네릭·바이오시밀러 보급 확대 계획을 밝혔다”면서 “앞으로 시밀러 시장 확대를 긍정적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보다 엑스코프리 효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점유율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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