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학폭 가해자 서면 사과·접촉금지·학급교체 합헌”

박정수 기자I 2023.02.28 08:52:38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 취소 소송 이어 헌법소원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가해자 인격권 침해 아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학교폭력 가해자의 학급 교체와 피해자 서면 사과·접촉금지 등의 조항을 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로부터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이 학교폭력예방법 17조 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학교폭력예방법 17조1항은 자치위원회가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가해 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17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적발됐다. 교내 자치위원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급 교체 등 조치를 요청했고, 학교장은 같은 해 12월 자치위 요청대로 처분했다. A군 측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1년여 동안 사건을 심리한 뒤 학교 징계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A군 측은 즉각 항소하는 한편, 징계의 근거가 된 학교폭력예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서면사과 조항을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서면 사과 조치는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된 것이고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추가 조치나 불이익이 없다”이라며 “가해 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위헌 의견을 낸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사과한다’는 행위는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교육·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접촉금지 조항과 학급교체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가해 학생의 접촉, 협박이나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피해 학생과 신고·고발한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불가결한 조치”라며 “가해 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학부모 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는 자치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교장이 반드시 따르게 한 과거 의무화 규정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