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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돼 미국에 온 그들, 합창 통해 한국인 뿌리를 찾았으면"

권소현 기자I 2024.02.07 08:20:00

'오르간 연주자' 이주영 베델대학교 교수
美 미네소타에서 'K브리즈 어린이 합창단' 창단
입양된 한국인 많은 곳…K컬처로 교류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 온 한국인을 만났는데 이분 팔에 ‘한국인’이라고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어를 아예 못하지만 그래도 늘 자신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느꼈다. 입양인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음악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위치한 베델대학교에서 오르간과 건반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이주영(사진) 교수가 ‘K브리즈 어린이 합창단’(K-Breeze Children’s Choir)을 만든 이유다. 이 교수가 미국으로 건너간 건 2018년이다. 위스콘신대학교에 초빙교수로 갔지만, 바로 옆 주인 미네소타 트윈시티(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르간을 전공한 오르가니스트로서 트윈시티 곳곳에 있는 유서깊은 교회와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에 매료된 것이다. 오르간에 대해 더 연구하고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에 미네소타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박사학위 취득 후 배델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미네소타주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미네소타주 출신 한국전 참전 용사가 10만명에 가까워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수 대비로 보면 참전용사 비율이 가장 높다. 캘리포니아주나 텍사스주 등 따뜻한 지역 출신 군인들이 한국의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자, 미국 북쪽에 위치해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미네소타주에 파병 요청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양아도 상당했다. 참전 용사가 많다 보니 전쟁 후 고아들이 생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곳도 미네소타였고, 그만큼 입양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네소타주에는 한국어마을이 따로 있고, 한국어몰입학교인 세종아카데미가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한국어 이중언어학교다.

이 교수는 “미네소타에는 한국인 이민자보다 입양인이 더 많은데 입양인들은 한국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기회가 많지 않고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미국 사회에서도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니 음악을 매개로 함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올해 K브리즈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했다. 2019년부터 미네소타 한인 커뮤니티 합창단인 뜸부기의 음악감독을 맡아 활동해온 만큼, 뜸부기 멤버들도 뜻을 같이 했다.

이 어린이 합창단은 미네소타 지역의 한국계 입양인 가족과 한국계 미국인 가족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와 합창음악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이 교수는 “6월 초까지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모집하고 8월 말부터 연습을 시작해 12월 둘째 주 정도에 창단 연주회를 하는 게 목표”라며 “미네소타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한인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틀랜타, 뉴욕 지역까지 미국 전역에 지부를 설립해 한인 합창 페스티벌, 더 나아가 세계 문화 합창 페스티벌까지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콘서트 투어도 꿈꾸고 있다. 경상남도 거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 ‘쌍투스’와 자매결연을 맺어 합동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K브리즈 단가도 만들 생각이다. 이 교수는 “입양인들이 생각하는 한국, 고향을 가사로 만들고 한국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곡조를 붙여서 K브리즈만의 노래를 만들 것”이라며 “합창을 통한 문화와 음악의 활발한 교류가 K브리즈를 통해 미국 전역에 산들바람처럼 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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