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형 금리는 위험해" 담보대출 고정금리로 바꾸는 해외국가들

서대웅 기자I 2023.05.28 17:00:31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프랑스 97%·독일 90%·미국 85%
과도한 금리 책정 못하게 규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
고정금리 조달 돕는 창구 발달, 국내도 인프라 육성 필요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은행권 혁신 방안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 대출상품 중에서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변동금리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성이 내포된 만큼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유도해나가겠다는 취지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이용 행태를 장기 고정금리로 개선하는 작업에 나선 결과 현재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차주들, 금리 높아도 고정형 선호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주담대 고정금리(10년 이상 고정 기준) 비중은 프랑스 97.4%, 독일 90.3%, 미국 85.0%로 집계됐다.

미국은 고정금리가 혼합형(변동형 포함) 금리보다 평균 0.6%포인트 높다. 한국의 두개 상품 금리 차이(0.5~0.6%포인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이 높은 것은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을 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높은 금리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융회사가 고정금리 상품에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강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주담대 평균금리 대비 30%를 초과하는 금리를 매기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평균금리가 연 4%라면 최고 연 5.2%까지만 금리를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거목적 주담대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33% 이내로 제한했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비율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줘라’ 원칙이 근간이다. 차주 입장에서 한도를 늘리기 위해선 장기로 빌려야 한다. 장기 고정금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영국은 1~5년 단기 고정금리형 주담대가 발달했지만 2020년 10월부터 장기 고정금리형 주담대 육성에 나섰다. 금리변동 위험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가주택 보유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그 결과 변동금리 비중은 2016년 49.6%에서 지난해 3분기 35.4%로 줄었다.

장기로 자금 조달하는 해외, 고정금리 수월

이들 국가에서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금리가 바뀌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장기 고정금리로 조달을 돕는 인프라가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

국내 은행들의 예금 만기는 길어야 3년, 채권은 5년이다. 이렇게 조달한 돈으로 10년 이상 고정금리로 대출을 내주면 금리 변동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한국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다.

미국은 정부유관기관(GSEs)이 민간 주택저당증권(MBS)에 보증을 해주고 민간 회사가 MBS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다. 국내에서 MBS를 주택금융공사가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은 은행의 주담대, 국고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시장이 발달했다. 지난 한해에만 주요국들은 1000억~2000억유로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한국의 커버드본드 발행액은 62억유로에 그쳤다. 유럽 주요국이 주담대에서 커버드본드를 활용하는 비중은 15~50% 수준이다.

작년말 기준 현재 국내 주담대 규모는 1012조6000억원이다. 이중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상품이 전체의 56%(567조4000억원), 5년까지 금리가 고정되지만 이후엔 변동되는 혼합형 상품이 21%(211조1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순수 고정형 상품은 약 26%(234조1000억원)이지만 대부분 주금공이 공급하는 정책 상품이고 은행 자체 상품은 16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국내 은행들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을 늘리도록 채권시장, 정책금융, 인프라 등을 육성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은행권에 “금융 이용자들이 고정금리에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판매에도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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