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참신성을 살리려면 우선 과감해야 한다.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브랜드가도요타의프리미엄브랜드인 렉서스다. 렉서스는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참신함을 추구하는 일부 소비자의 관심을 샀지만, 반대로 너무 튄다며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소비자도 새로운 디자인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구현한대가로 잠재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적자위험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처럼 참신한 디자인을선보이는 게쉽지 않은일이기는 하나최근 중국 토종브랜드의 행보를 보면닮은 꼴 디자인의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차를 그대로 배낀중국짝퉁차가심심찮게 해외 토픽란을 장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로컬 브랜드 중타이자동차(泰)의 경우 포르쉐, 아우디, 폴크스바겐, 현대차, 테슬라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카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열린상하이모터쇼에서 중타이는 람보르기니의 우루스를 빼닮은‘콘셉트 S’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중국인들 사이에선“인생에서 람보르기니를 한번 몰아보고 싶다면, 중타이를 몰아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중국에서는이처럼유사한 디자인의 차량이부지기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급속히커지면서 토종브랜드 역시 기회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차의디자인은 왜 성장할 수 없는 것일까?
◇걸음마 수준의자동차 디자인 교육
과거 중국의산업발전 속도는더딘편이었다. 이 때문에대학과 고교에자동차 관련강의가개설된 지 몇 년않는다. 특히 자동차 디자인 관련 교육 과정은여전히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중국인이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해외유학코스를 밟는것이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중국의일반가정에서 자동차 디자인 공부를 하러 유학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낮은 자동차 디자이너의 위상
대다수 자동차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가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며엔지니어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디자인을확정한다. 그러나이런과정이 중국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중국 토종 업체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디자이너 단독의 영역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경영자의 입김에 휘둘리기 일쑤다. 한 토종 브랜드 디자이너는 “결국 최종적인 디자인은 최고경영자(CEO)가 선호하는 방식대로 정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중국의 CEO들는 디자인혁신보다 기존 고급 브랜드에 대한 카피를 선호할까.그것은바로모방을 범죄가 아니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하나의 문화로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인식,즉 산자이(山寨) 문화때문이다.산자이는 원래‘산적들이 점령한 소굴‘을 뜻하지만현재는 중국의 짝퉁 문화를 지칭한다.
◇관련 법규의 미비
중국 토종 브랜드의 표절 논란은 오래전부터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지난 2006년영국랜드로버는유럽연합(EU)에 루펑자동차(陸風)에 대해상표권 이의신청 냈다. 루펑자동차가 자사 영문명을 ‘랜드윈드‘로 지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랜드로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루펑자동차가 상소한 끝에 결국 2011년 랜드윈드 상표권을 EU에 정식 등록하게 됐다. 이름뿐 아니라, 루펑자동차의 X7의 디자인은 랜드로버이보크와 대략 95% 일치한다. 이에 지난 2015년, 랜드로버는 베이징법원에루펑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루펑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 역시 2004년 솽환자동차(雙環)의 ‘SRV’ 차량이 자사CR-V와 유사하다며 베이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솽환자동차가 맞고소하면서 결국 2016년 패소한 사례가 있었다. 오히려혼다가솽환자동차에 1600만 위안(한화 약 26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나왔다.
자동차전문가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국토종 업체들이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땅한 관련 법규가 없는 한 표절 문제는 해결되기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