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승기]‘디젤차가 위기라고? 천만에!’ BMW 뉴 3시리즈

김형욱 기자I 2015.09.28 13:05:2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디젤자동차가 위기라고 한다.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시대가 앞당겨질 거라고 한다.

1975년 처음 출시한 이래 전 세계에서 1400만대 이상 판매된 BMW의 중형차 3시리즈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한다. EV i3와 PHEV i8을 히트시킨 BMW이지만 3시리즈를 통해 여전히 디젤차가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코자 하는 듯하다.

이달 초 BMW 서울 마포전시장에서 경기도 양주 카페 단궁을 왕복하는 약 90㎞ 구간에서 뉴 3시리즈를 타봤다.

시승 모델은 2012년 출시한 6세대 3시리즈의 3년 만의 부분변경 모델, 이중 주력 모델인 320d다.

계기판. 에코 모드, 크루즈 컨트롤(CC)을 이용해 시속 80㎞ 전후로 정속주행 중이다. 왼쪽엔 CC 작동 상황, 오른쪽 아래에는 에코주행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가운데는 4ℓ/100㎞(25㎞/ℓ)란 현재 평균 실연비가 찍혀 있다. 가운데 윗부분을 자세히 보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정속주행장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 표식도 있다. 320d에 실제 적용되지는 않았다.
엔진룸.
앞모습.
뒷모습.
◇고속도로 실연비 23㎞/ℓ

실연비 23.3㎞/ℓ는 국내 디젤차 열풍을 몰고 온 연비 강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약 45㎞의 고속주행 결과 계기판에는 4.3ℓ/100㎞(유럽식 표기)란 높은 연비가 찍혔다.

연료탱크 용량이 57ℓ이므로 한 번 주유로 1300㎞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 다시 대전까지 갈 수 있는 수치다. 도심 연비도 15.6㎞/ℓ(6.4ℓ/100㎞)에 달했다.

쏘나타나 K5 같은 한국식 중형 세단보다 차체가 작다고는 하지만 압도적이다.

최근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공인 복합연비는 16.6㎞ℓ(도심 14.9, 고속 19.4)다. 도심, 고속도로 연비 모두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높았다. 물론 주행 습관에 따라 차이는 나겠지만 연비운전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얼마든지 높은 연비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물론 ‘스캔들’의 주인공인 폭스바겐도 연비는 높다. 연비를 높이려 보통의 주행 때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치 않도록 했고 환경의 주범이 된 게 문제였다.

이 차는 9월 정부가 의무도입한 배출가스 규제 유로6를 만족한다.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80㎎/㎞, 입자상물질(PM)은 4.5㎎/㎞ 이내라는 뜻이다. 기존 유로5 때의 180㎎/㎞, 5㎎/㎞ 때보다 훨씬 낮아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론 117g/㎞로 친환경차 수준인데다 디젤차로선 유해 배출가스도 최소화했다고 보면 된다.

폭스바겐과 같은 조작 가능성도 매우 낮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BMW X3의 실주행 배출가스가 EU 허용 기준을 초과한다고 보도했으나 곧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정정 보도했다.

운전석.
보조석에서 바라본 대시보드 모습. 이번 부분변경 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깔끔하다.
기어박스. BMW 특유의 다이얼식 조작 버튼은 여전하다.
주행 방식 조작 버튼. 컴포트·노멀·스포트 3가지로 각 방식에 따라 주행 특성이 완벽히 달라진다.
◇연비도 높이고 성능도 높이고

연비를 높일 방법은 있다. 그러나 주행 성능을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이는 동시에 연비를 높이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BMW 뉴 320d는 해냈다. 배기량 2.0리터 직렬 4기통 커먼레일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의 새 조합은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 최대토크 40.8㎏·m(1750~2500rpm)의 힘을 내 준다. 이전엔 184마력, 38.8㎏·m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도 8.1초에서 7.2초로 줄었다.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보여줬던 폭발적인 옛 BMW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일본 인피니티나 영국 재규어 같은 후발 경쟁차 BMW 같은 독일차와의 차별화를 위해 폭발적인 힘을 내세우고 있다.

BMW는 2000년대 말 거세지는 각국 환경 규제에 대응해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를 내세웠다. 효율적인 역동성이란 뜻이다. 오롯이 다이내믹을 추구했던 이전보다 재미 요소가 줄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10년 전 5세대 BMW 3시리즈와 비교하면 조금씩 옛 BMW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배출가스는 줄이고 연비와 성능은 높이는 기술적 진보를 이뤄가는 듯하다.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100㎞ 전후 고속주행 때도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자동차를 향한 인간의 기술적 진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에코·컴포트·스포트 세 가지 주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방식을 바꾸면 차의 특성이 완벽히 달라진다.

국내 출시하지 않았지만 이번 뉴 3시리즈 중엔 318i란 것도 있다. 배기량 1.5리터 직렬 3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적용한 모델이다. 최근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끈 BMW의 PHEV i8에 들어간 모델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체험해보고 싶다.

앞모습.
새 디자인을 적용한 후미등.
뒷좌석.
트렁크.
◇늘어난 경쟁자들.. 왕좌 지킬까

BMW 3시리즈는 최소한 국내 고급 중형 시장에선 독보적이다. 전체 시장의 40% 이상, 두 대 중 한 대는 3시리즈인 셈이다.

그러나 경쟁자는 늘고 있다. 영원한 경쟁자 벤츠 C클래스가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아우디 신형 A4도 나온다. 인피니티 Q50, 재규어 XE, 볼보 S60, 렉서스 IS 같은 신흥 경쟁자도 나름의 강점으로 시장 공략 중이다.

시승한 주력 모델 320d의 가격은 4940만원으로 경쟁 모델 중 가장 높다.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 대신 고연비 모델인 320d ED는 4600만원으로 C클래스와 XE보다 낮게 책정했다.

그 밖에 사륜구동(네바퀴굴림) 320d 엑스드라이브(5340만원), 320d M스포츠패키지(5390만원) 등으로 같은 2.0 디젤 모델이라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세단이 아닌 해치백 모델(320d 투어링 M스포츠패키지·5610만원)도 있다.

가솔린 모델은 320i 럭셔리(494만원)와 328i M스포츠패키지(5840만원) 2종이다.

총 일곱 개 모델 4600만~5840만원의 구성이다. 벤츠 C클래스를 뺀 모든 모델보다 약간씩 높은 편이지만 BMW란 브랜드 가치와 엔진변경 모델이라는상품성이 가격적인 요소를 만회한다.

시승한 320d는 주력 모델이지만 앞유리에 주행 정보를 비추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블루투스, 선루프, 내비게이션, 주차보조 센서와 후방카메라 등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은 이전과 거의 같다. 그러나 내비게이션 디자인이 한층 좋아진 게 눈에 띈다. 앞뒤 램프 디자인도 약간 손봤다.

시승 모델은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택트5 17인치를 기본 탑재했다. 펑크 때도 일정 속도로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모델이다.

기본 적용한 콘티넨탈 17인치 런플랫 타이어.
내장 내비게이션. 그래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후방카메라와 (오른쪽) 주차보조 센서 작동 모습.
스마트폰 충전 커넥터와 거치대. 앞좌석 가운데, 기어박스 뒤편에 있다.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 음악을 재생하는 모습.
배기구.
앞유리에 주행 정보를 비추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운전석 앞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센서.
스마트키와 시동 버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