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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검찰, 팬데믹 회복기금 사기 용의자 22명 체포…6억유로 자산 압류

방성훈 기자I 2024.04.05 08:08:51

이탈리아·오스트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서 검거
명품,보석,암호화폐,부동산 등 8800억원 자산 압류
"2021~2023 中企 지원한다며 보조금 신청해 오용"
FT "경제회복기금 관련 금융사기 우려 다시 불거질듯"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탈리아와 유럽검찰청(EPPO)이 힘을 합쳐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기금과 관련 사기 혐의로 22명을 체포하고, 6억유로(약 88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수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금융경찰은 이날 EU 경제회복기금 오용 혐의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사무실을 급습해 람보르기니, 포르쉐, 롤렉스, 까르띠에 보석, 암호화폐, 고급 빌라 및 기타 물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100건 이상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가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서도 같은 혐의로 다수의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총 22명을 체포하고 6억유로 상당의 자산을 압수했다. 체포된 22명 중 8명은 구금됐고 14명은 가택연금됐다. 나머지 2명은 직업 활동이 금지됐다.

EU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일회성 공동 차입 프로그램인 경제회복기금을 도입하고 800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돈은 대출과 보조금 형태로 회원국들에 배분키로 했으며, 이탈리아는 최대 수혜국으로 약 2000억유로로 최대 규모 지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EPPO는 체포된 용의자들이 다국적 협회를 만들어 가상으로 회사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국제적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EU로부터 6억유로를 성공적으로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수령한 자금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 및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만든 시메스트(SIMEST)가 할당한 자금도 일부 포함됐다.

EPPO는 “이 범죄 그룹은 표면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며 2021년 상환이 필요 없는 보조금을 신청했고, 이후 회사가 활발하고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허위 대차대조표를 조작했다”며 “하지말 실제로는 활동하지 않는 가상의 회사였고, 사기를 은폐하기 위해 암호화폐, 인공지능, 해외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국가회복 및 회복계획(NRRP)으로부터 약 6억유로의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의 은행 계좌로 이체했다”고 덧붙였다.

FT는 이번 사건으로 EU의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잠재적 오용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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