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폭리 막아달라” 치솟는 금리에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황병서 기자I 2021.11.09 09:20:00

은행, 당국 압박 대출문턱 높이면서 주담대 5%도 넘어
청원 게시글 8500여명 동의 얻어 상위 청원글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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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5%를 웃도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은행 차원의 적극적인 가산금리 조정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근 게재된 ‘은행의 폭리를 막아달라’는 게시글에는 벌써부터 85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동의를 누르며 동조하고 있다.

“은행들 ‘대출 희소성’ 무기 폭리 취해”…청원 게시글 8618명 몰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게시글 동의 인원만 8616명(9일 오전 기준)이 몰리며 소비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을 규제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이 ‘갑’이 돼 대출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한다”면서 “당장 갚을 돈이 없는 서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고금리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우려했는데 기준금리나 채권금리보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 먼저, 더 크게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로 인한 결과로 원하던 그림이었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는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폐지에 대해서도 관리를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무엇이 서민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길인 것인지”라고 밝혔다.

은행 관련 민원 5년 만에 최고 수준…대출 관련 민원 최고치

올해 3분기 은행권에서 대출 관련 민원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4일 공시한 3분기 소비자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6~9월)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62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573건)대비 8.55%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로 보면 여신(대출) 민원이 268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대출 민원 역시 3분기 들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3.97~5.37%로 지난 5월 말 연 2.54~4.46% 1.43~0.91%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36~4.16%에서 3.31~4.81%로 올랐다. 이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2.13~3.69%에서 3.35~4.68%로 상승했다.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가 최대 6%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에 비해 예금금리는 정체되면서 차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14개(1년 만기) 가운데 기본금리가 1%를 넘는 상품은 단 두 개뿐이다. 최저 금리는 0.55%이며 최고 금리는 1.55%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 차이는 2.02%P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2%P를 기록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보험업계와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그것이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좀 더 벌어지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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