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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호빗족` 실존했나

김경인 기자I 2005.03.04 09:54:33
[edaily 김경인기자] 판타지 소설의 고전이자 영화화돼 큰 인기를 누렸던 영국 작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기심 많은 `호빗족`과 같은 반인족 혹은 난쟁이족이 실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과 호주의 공동 연구팀은 3일 지난해 인도네시아 플로렌스섬에서 발견된 `그레이프프루트` 크기의 작은 두개골이 오직 현대인만이 가지고 있는 정교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화석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의 한 석회석 동굴에서 발견됐으며, 약 1만8000년전 쯤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발견은 지난해 사이언스지 `올해의 10대 뉴스`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7개의 `난쟁이` 두개골 중 하나는 거의 완전한 30세 여자의 두개골을 나타냈고, 이에 따라 `플로레스의 인간`이란 의미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고 명명됐다. 그러나 곧 `반지의 제왕` 등장인물인 `호빗`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발굴 뒤 4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호빗`은 여전히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있다. 논의의 촛점은 `호빗`이 현 인류의 기형에 불과한가 혹은 고립돼 있던 새로운 인류의 선조인가 하는 점이다. 연구팀 리더인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고생물학자 딘 팔크는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우리는 당초 침팬지의 두개골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호빗`은 이만한 크기의 어떤 두개골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진보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의 마이클 J. 몰우드는 "그 화석이 약 1만8000년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15만년전~3만년전에 존재했던 마지막 원시인류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빗`은 일명 `아일랜드 룰(Island Rule)`의 좋은 예가 된다고 주장한다. `아일랜드 룰`이란 제한된 자원과 포악한 육식동물이 없이 오랫동안 고립된 섬에서는 큰 동물들이 보다 작아지는 반면 작은 동물은 커지게 된다는 이론. 선사시대 플로레스섬에는 아주 작은 코끼리와 거대 코모도 도마뱀이 존재했었다. `호빗`의 뇌는 25입방인치로 250만년~300만년전 살았던 원시 인류의 조상과 비교할 만한 크기다. 이에 대해 스미소니언 `인간 기원 프로그램`의 디렉터 릭 초프는 "`아일랜드 룰`이 다른 포유류에도 일어났다는 점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특히 인류학자들을 놀라게 한 점은 두개골과 함께 정교한 돌 검과 화살촉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진화론적 정설에 따르면 기구과 같은 기술의 진보는 뇌의 크기와 비례한다. 그리고 현 인류의 출현 이전에는 그러한 무기들이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들은 `호빗`이 중앙 아프리카의 키작은 흑인 `피그미족`과 같은 현대 인류거나, 혹은 `소두`로 알려진 기형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일리노이아 주립대의 존 필립스는 "두개골과 함께 발견된 기구들과 공예품은 현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 작은 크기의 뇌로는 그것들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팔크 박사는 "`호빗` 뇌의 모형을 만들어 현인류, 침팬지, 인간 선조 등의 `소두`와 비교한 결과, `소두`와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뇌의 일반적인 모양은 `호모 에렉투스`와 비슷하지만, 관자놀엽은 더 크고 전두엽은 현대인의 특징인 포선형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필드뮤지엄의 동물학자인 로버트 마틴은 "어른의 뇌인지 혹은 아이의 뇌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라며 "플로레스의 발견은 하나의 병리학적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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