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항공·추모공원·예식장…PE들이 눈독 들이는 산업은

박소영 기자I 2024.04.11 07:30:00

[닻 올리는 회생 M&A] ③
인수 검토대상에 오른 항공·추모공원·예식장
운용사들, 회생 매물 투자 위해 펀드 조성
볼트온 전략 펼치기 적합하다는 평가 나와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올해도 회생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투자사들이 회생기업 투자를 위해 관련 펀드 소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운용사들이 항공산업과 추모공원, 예식장을 꼭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당장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기보다는 볼트온(Bolt-on·동종기업 추가인수)했을 때 적합한 매물로 꼽힌다. 급하게 밥을 먹어 체할 바에 골고루 섭취해 확실히 소화시키자는 전략이 회생매물 인수·합병(M&A) 시장에 점차 퍼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매물이나 회생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된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푸드테크 기업구조혁신 투자조합’을 결성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구름인베스트먼트가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코퍼레이션과 기업 M&A를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플레이팅은 CJ그룹의 CJ프레시웨이, CJ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회사는 시리즈 A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내 5개월 만에 경영난에 부딪히며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는 올 초 기업 구조조정 펀드인 ‘스페셜시츄에이션 2호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해당 펀드 운용은 스페셜시츄에이션 투자 본부 내 전문가들이 맡는다. 기업 구조조정과 특수 자산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한투PE는 올해부터 해당 펀드 소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투PE는 1호 펀드를 결성한 뒤 2년 만에 자금을 100% 소진한 바 있다. 이때 IGA웍스, 대한조선, 코오롱생명과학, 신영 등 부실화됐지만 회생 시 공익성이 큰 포트폴리오에 주로 투자했다.

지난 2월에는 회생기업 M&A에 투자하는 1000억원 대 펀드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라자산운용과 뉴젠벤처스의 이야기다. 펀드는 1차로 약 3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후 추가 펀드를 구성해 규모를 늘린다. 메가뱅크나 대형 증권사들이 진행하지 않는 중소형 M&A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투자 대상은 중소·중견 기업으로 한정했다. 펀드를 통해 조성된 자금은 뉴젠벤처스가 개발한 M&A뱅크 플랫폼을 통해 발굴한 기업에 투자된다. 매각의사가 있는 기업이 M&A뱅크 플랫폼에 매물을 등록하면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이 똑같이 플랫폼을 이용해 M&A 절차를 밟는 식이다.

이들 구조조정 펀드는 소위 ‘무거운 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몇 년째 주목받는 매물로 꼽히는 추모공원과 예식장이 대표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M&A를 통해서도 기존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손해를 봐야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였기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예식장은 2~3년 만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 이상 손님을 유치하기 어렵다”며 “추모공원은 제도상 재단에서만 운영할 수 있어 목적 외 사용이 불가하다는 점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 정리가 잘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쉽게 팔리지 않는데다 시간을 두고 매력 포인트를 꾸준히 어필해야 하는 딜임에도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들 매물을 사들여 당장 턴어라운드 시키기보다는 볼트온을 통해 이익을 보는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 딜이 전형적인 무거운 딜로 꼽힌다.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항공사와 화물용 항공사가 즐비한데, 이들이 한데 모이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딜 성사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높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슈가 되는 매물은 많지만, 시장에서 적절하게 소화되고 있지는 않다”며 “회생매물 원매자가 원하는 에비타멀티플(EV/EBITDA) 배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계속 들어가는 구조의 매물들이 많아 쉽지 않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