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갈게"…결국 지키지 못한 '광주 참사' 피해자의 마지막 목소리

이용성 기자I 2021.06.11 08:38:43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
도로 지나던 시내버스 덮쳐 9명 사망·8명 부상
동아리 후배 만나러 학교 간 고등학생 아들
병원에 어머니 뵈러 버스 오른 딸
아들 미역국 차려주고 일터 나간 어머니

[광주=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빠, 버스 탔어요. 지금 집으로 갈게”

A(17)군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오후 4시쯤 연락이 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학교 동아리 후배를 만나고 오던 길이었다. A군의 아버지는 사고 뉴스를 보고 아들에게 30통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연결음만 길게 이어졌다. 항상 ‘아빠 사랑해, 늙지 마’라고 말해주던, 하나밖에 없는 착한 늦둥이였다. A군의 아버지는 “공부를 하라고 야단을 쳤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며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하늘에 담배 연기를 날려보냈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사진=이용성 기자)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공사 중 5층 규모의 상가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그 안에는 아들 생일상으로 미역국을 차려놓은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머니를 만나러 버스에 오른 착한 딸이, 꿈 많은 10대 아들이 있었다.

B(63)씨는 인근 식당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했다. 생일인 큰 아들에게 “미역국을 끓여놨으니 챙겨 먹으라”는 전화 통화가 B씨가 전한 마지막 말이었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억척같이 살았던 그였다.



부모와 떨어져 살던 C(29)씨는 이날 마침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서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가 봉변을 당했다. 버스 앞좌석에 앉은 아버지는 사고 직후 구조됐지만, 뒷좌석에 앉은 C씨는 뒤늦게 구조돼 끝내 숨을 거뒀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사고 당일까지도 열심히 살았던 자상한 아버지이자 따뜻한 어머니였고, 착한 아들, 딸들이었다. 이들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족들의 눈물 섞인 원통함은 시공회사를 향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하나같이 “후진국에서나 볼법한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A군의 절친한 친구로 전날에도 같이 운동장에서 놀았다던 D씨 역시 “작업자들이 이상 징후를 느끼고 건물 밖으로 피신했다던데 왜 도로를 통제하거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경찰 등 합동감식반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사고 현장을 감식했다.

또 광주경찰청은 10일 오후 철거현장 관계자와 목격자 등 총 13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과실이 중하다고 판단되는 철거공사 관계자 1명을 입건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쯤부터 철거공사 업체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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