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SRE][Industry]항공·정유, 코로나19 우려 급증…개선 여지도 `글쎄`

박정수 기자I 2020.11.17 07:30:00

코로나19로 여객수요 감소…항공업 악화 압도적 1위
정유업도 업황 악화에 10위에서 단숨에 2위로
전기전자업 여전한 업황 개선 1위…삼성전자 호조

자료: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항공 업종이 31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향후 1년 내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산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한 3월 이후 국제선 이용객수가 급감하고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항공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30회 SRE에서 업황 악화 10위였던 정유 업종이 31회 SRE에서는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수급여건도 저하되고 있어서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번 SRE에서도 업황 개선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음식료, 통신 등에 대한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불확실성 확대

31회 SRE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년 내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으로 항공업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18개의 업종 가운데 2개를 선택하는 설문에서 206명 가운데 86명(41.7%)이 항공업 악화에 표를 던졌다. 지난 30회에서 악화 업황 예상 산업 4위에 올랐던 항공업은 1위로 3계단 올랐다. 특히나 2위인 정유업(58명·28.2%)과의 격차가 13%포인트 가까이 난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 이후 국제선 이용객수가 전년 동기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현재 항공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6월을 기점으로 다소 완화되는 듯 보였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히 지속되며, 항공업 침체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수요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향후 1~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전망한다.

항공업의 경우 총 174명(84.5%)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가장 큰 업종으로도 지목했고, 구조조정 위기 업종으로도 항공업이 63명(30.6%)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또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으로도 항공업에 97명(47.1%)이 투표했다. 다만 회복이 빠른 업종으로도 항공업에 142명(68.9%)이 투표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 큰 만큼 코로나19 종식 시에 회복도 빠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SRE자문위원은 “항공업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이미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라 향후 1년내 업황 악화 업종으로 찍어야 하나 고민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본적으로 부도 등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이 커 전문가들이 이런 관점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BBB-)을 지난 9월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펀더멘털이 더 크게 저하된 가운데 신규 대주주의 유상증자에 의한 재무 레버리지 완화, 지배구조 안정화에 따른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및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유효등급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BBB+↓, NICE신용평가 BBB+·부정적)도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잠재채무는 2조2512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계열사 지급보증 부담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이 지급 보증한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9억달러는 우선 변제권이 있는 6억달러 선순위 대출과 3억달러 수출입은행 보증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 미국 윌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1조745억원)를 빌려주기로 했다. 지급보증선 자회사의 차입금이 만기 도래한 데 따른 것이다.

정유업 2위로 ‘쑥’…유통업 온·오프라인 엇갈려

항공에 이어 정유업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는 지난회 SRE에서 190명 가운데 9명(4.7%)이 표를 던져 10위에 머물렀으나 31회 SRE에서는 58명(28.2%)이나 1년이내 업황악화 업종으로 꼽았다. 이는 올해 주요 산유국의 증산 및 점유율 경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체들이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수급여건도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업은 코로나19 충격 업종에서도 71명(34.5%)이 투표가 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SRE자문위원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실적(적자)이나 지표에 쇼크를 받은 업종은 정유 업종”이라며 “기업들의 등급도 높은 데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전망을 한꺼번에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은 57표(27.7%)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회 SRE에서 유통업은 190명 가운데 60명(31.6%)이 악화에 표를 던져 1위를 기록했으나 31회 SRE에서는 2계단 떨어졌다. 다만 유통업은 향후 1년 내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산업 5위(31명, 15.0%)를 기록해 양쪽 모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충격 업종에서도 유통은 70표(34.0%)를 받아 3위에 이름을 올렸고,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에 63명(30.6%)이 투표해 2위를 기록했다.

SRE자문위원은 “유통업은 개선과 악화가 혼재돼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업은 타격을 온라인 유통업은 수혜를 입고 있어 세부적으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코로나19의 영향은 업태별로 상이했다. 대형 유통시설 방문객들이 근거리·소형 오프라인 매장이나 비대면 채널로 옮겨간 결과 백화점·할인점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이 두드러진 반면 슈퍼마켓·편의점·온라인은 호조를 보였다.

지난회에 2위를 차지했던 보헙업은 56표(27.2%)를 받아 4위로 밀려났다. 올해도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따른 재무건전성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한 데 이어 2020년 5월 0.50%로 25bp 추가 인하에 나섰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은 금리 하락에 취약하다”며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을 상회해 금리하락 시 부채의 현재가치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7회 SRE부터 3회 연속 업황 악화 예상 1위를 차지했던 건설업은 지난회 3위로 밀려났고 31회 SRE에서는 33표(16.0%)를 받아 5위까지 내려앉았다. 4위인 보험과도 20표 이상 차이가 난다. 주택 분양물량 확대에 기반한 견조한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고, 미분양 물량 해소 및 분양가 통제로 분양경기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료:이데일리
여전히 전기전자 1위…자동차·통신 기대 여전

전기전자업은 지난회에 이어 31회 SRE에서도 향후 1년 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206명 가운데 89명(43.2%)이 전기전자업 개선에 표를 던졌다. 전기전자업은 29회 SRE에서는 4위(36명·20.0%)에 머물렀으나 30회 SRE부터는 40%대 득표율을 보이며 업황 개선 기대감이 가장 큰 산업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66조9642억원)을 쓰며 선전했다. 반도체부터 가전과 스마트폰 등 모든 사업부가 고른 호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호황’ 효과를 누렸던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30회 SRE에서 4위를 기록했던 자동차는 31회 SRE에서 2위(70명·34.0%)로 올라섰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시장 부진에도 현대·기아차는 국내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 음식료도 30회에서 9위에서 31회에서는 3위(36명·17.5%)로 올라섰고, 통신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대감에 4위(35명·17.0%)를 기록하며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한편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는 게임·플랫폼이 127명(61.6%)이 투표해 1위를 기록했고 제약·바이오(104명·50.5%), 전기전자(40명·19.4%), 음식료(31명·15.0%), 통신(24명·11.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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