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대한민국의 '국격', 대통령 전용기

김관용 기자I 2020.05.31 11:26:5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기인 ‘공군1호기’가 신형 항공기로 교체됩니다. 이명박 정부 때 임대한 B747-400 이후 11년만에 B747-8i 기종으로 변경되는 것입니다. 747-400은 민간 항공사에서는 대부분 퇴역하고 있는 기종이어서 대통령 전용기로 계속해서 쓰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군 당국은 지난 29일 대한항공과 항공기 뿐만 아니라 조종사·정비사·승무원 등을 포괄적으로 5년 동안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총 임차비용은 3057억원 규모입니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보잉 747-400 [출처=연합뉴스]
◇새 대통령전용기 B747-8i 기종 선택

새로운 대통령 전용기는 생산된지 5년 미만의 최상위 등급 항공기입니다. 이 때문에 요구사항을 충족한 B747-8i 임차비용은 지난 1차 사업과 비교해 3배 가까이나 비쌉니다. 2001년식 B747-400을 처음 도입한 2010년 당시에는 5년간 임차비용이 1157억 원, 2015년 재계약 당시에는 1421억 원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제안한 B747-8i는 현존하는 대형 여객기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만4815㎞를 14시간 가까이 운항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성능은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인 B747-400기종보다 운항거리가 약 2300km 더 길어진 것입니다.

4개의 엔진을 장착한 B747-8i는 기존 대비 동체도 더 커졌습니다. 앞서 미 공군도 노후화된 VC-25(미국 에어포스 원)를 교체하기 위해 B747-8i 기종을 차기 대통령 전용기로 선정한바 있습니다.

◇신형 대통령 전용기, 내년 11월 첫 비행

새롭게 도입되는 대통령 전용기는 기존 B747-8i 여객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항공기입니다. 대통령 전용실과 침실, 회의실, 수행원석, 기자석 등 객실 내부를 개조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의미하는 외부 도장 등이 이뤄집니다.

이에 더해 군과 위성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국가지휘통신망과 위성통신망도 갖추게 됩니다.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 등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들도 장착합니다.

이에 따라 개조 비용은 매우 높게 책정됐다는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5년의 임차 비용 중 기체가격은 1000억원인데, 이 중 절반에 달하는 500억원이 개조 비용입니다.

군 당국은 전문가들의 자문 과정에서 개조 비용 적정가를 논의했는데, 아랍 부호의 경우 개조 비용이 비행기 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적정 수준으로 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새 대통령 전용기는 17개월 간의 개조 과정을 거치고 이에 따른 비행안전 검증(감항인증) 절차, 시험비행 및 수락검사 등 이후 내년 11월 1일부터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보잉 747-8 여객기 [출처=보잉 홈페이지]
◇공군2호기도 신형 항공기 임대 추진

하지만 일각에서는 B747-8i 항공기의 기체가 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전 세계에 많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대통령 등 주요인사의 외교활동에 일부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임무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형 항공기의 경우 대륙 횡단 등 장거리 이동시 사용하고, 동남아시아나 국내 등 가까운 권역에는 중형 항공기를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공군1호기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단거리 임무수행을 지원할 공군2호기 교체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군2호기는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5년 도입한 B737-300 기종입니다.

과거에는 공군1호기로도 사용됐던 기체지만 탑승인원과 항속거리 제한 등으로 현재는 정부 주요 인사의 단거리 수송 임무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군 2호기의 장기 임차 등을 위한 선행연구와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전용기 구매 검토해야”

정부는 이번에도 대통령 전용기를 빌려쓰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국가위상과 비용 등을 검토했을 때 아예 대통령 전용기를 구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부터 대통령 전용기 구매 검토가 이뤄졌는데 당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정치권의 합의로 국방중기예산에까지 전용기 구매가 반영됐지만, 업체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결국 빌려쓰는 것으로 사업이 전환됐습니다.

2018년 초에도 대통령 전용기를 구매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로 다시 임차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지금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진데다 가용 예산,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하면 구매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현 기종의 5년 단위 임차 비용이 20년 운영 가정시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전용기 구매시 초기 도입비 5000~6000억 원 정도와 연간 운영비 등을 감안해도 1조원은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5년 간은 임차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그 이후 전용기는 전향적인 선택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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