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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봤어요]알프스에서 달려본 BMW 뉴 7시리즈, 뒷자리만 타기는 아까운 차

김보경 기자I 2016.05.01 12:00:00
BMW 740 Li. BMW 코리아 제공.
[뮌헨(독일)=이데일리 김보경 기자]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라이벌 차다. 작년 럭셔리 세단 시장을 평정한 S클래스를 견제하기 위해 BMW는 신형 7시리즈를 내놨다. BMW는 자체적으로 7시리즈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내놓자 판매량은 S클래스에 비해서 아쉬운 수준이다. 왜일까.

국내에 출시된 730, 750모델 시승에 이어 아직 출시되지 않은 740모델을 독일에서 시승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 차는 뒷좌석에 앉아서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7시리즈의 차급은 대부분 운전기사를 둔 ‘쇼퍼 드리븐’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7시리즈는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의 성격을 갖춘 차다.

7시리즈는 S클래스보다 무려 19가지 기능이 더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운전자가 체험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주행재미를 느껴야 뉴 7시리즈의 진가를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BMW 본사에서 뮌헨 근교의 호수도시 테간지까지 왕복 245km를 약 3시간30분동안 뉴 7시리즈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740Li모델. 시승코스는 고속도로 아우토반과 알프스 산맥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적당한 섞여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내비게이션 탓에 잠시 길을 잃고 해매다가 지름길인 도로폭이 좁은 경사로 10km도 주행했다.

대형 세단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타서일까 무거울 줄 알았던 차의 가속감은 기대이상이었다. 아우토반을 타고 가속 페달을 밟자 순식간 속도가 올라갔다. 속도제한이 없는 구간에서 200km/h 이상으로 가속해 달렸지만 빠른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이 차는 3000cc 트윈파워터보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다. 최고 출력은 326마력, 최대토크는 45.9kg.m다.

제동능력은 탁월했다. 주행중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야 했는데 앞차가 급제동을 하는 바람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차는 땅에서 차를 끌어당기듯이 멈추고자 하는 자리에 딱 멈춰섰다. 조금더 차가 밀렸다면 앞 차와 부딪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뉴 7시리즈 주행의 하이라이트는 급커브 구간이었었다. 만년설로 덮힌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며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한국의 강원도 산길처럼 구불구불한 코스의 연속이었다. 어떤 길은 폭이 너무 좋아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잠시 피했다가 다시 주행해야 하는 코스도 있었다. 차는 정확하고 빠른 핸들링으로 안전하게 산길을 주행하도록 도와줬다. 차와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반응속도였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차세 제어 능력이 뒷받침 된 덕분이다.

주행성능을 만끽하자 차의 편의 장치에 눈이 갔다.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나 운전도중 버튼에 손을 대지 않고 간단한 손동작 만으로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거나 전화를 수신 또는 거부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은 이미 국내에서도 경험했던 기능이다.

하지만 스마트키를 활용한 자동주차는 국내에 들어온 7시리즈에는 아직 탑재되지 않아 실제 작동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단 디스플레이 패널이 장착된 스마트키는 자동차의 고장유무와 각종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키의 패널을 조작하자 자동차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주차를 한다. 좁은 주차 공간에 7시리즈 같이 차체가 큰 차량을 주차하기는 부담스러운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먼저 내린 뒤 주차를 하거나, 반대로 주차장에서 차를 뺄 수 있다.

이 기능은 뉴 7시리즈에 처음부터 적용됐는데 한국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국내에는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수입되는 차부터 이 기능이 들어간다.

시승코스에서 돌아오는 길. 이 차의 오너들이 가장 많이 앉게 되는 뒷자리에 앉았다. 2열 공간은 굳이 조수석을 앞으로 밀지 않아도 충분히 넉넉하다. 수면 위치를 버튼으로 선택하면 조수석이 앞으로 땡겨져 접히면서 조수석 뒷자리에서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걸이까지 나온다. 항공기 좌석 처럼 뒤로 누울 수 있다.

또한 2열에는 차량 공조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선루프 등을 제어할 수 있는 ‘터치커맨드 태블릿’이 있다. 대부분 처음 타는 차는 조작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방법이 무척이나 간편하고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사지 기능도 있다.

하지만 운전석과 뒷좌석 중 선택하라면 운전석을 택하겠다. 마사지를 받으면 다리를 뻗고 편히 누워 안락함을 즐길 수도 있지만 경쾌한 주행감과 즉각적인 핸들링이 주는 운전의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BMW 740Li. BMW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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