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월드피플]`이베이 성장신화` 휘트먼, HP 살려놓을까

임일곤 기자I 2012.07.26 09:17:00

신뢰 위해 PC사업 유지키로..의외 결정
개혁 성과 아직 없어.."시간 필요"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위기의 야후가 마리사 메이어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면 태블릿PC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PC 제조사 휴렛팩커드(HP) 역시 멕 휘트먼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멕 휘트먼 HP CEO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가 스마트폰에 밀려 최고 자리에서 밀려났고 야후가 구글과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맥을 못 추듯 PC와 노트북의 강자 HP는 태블릿PC 돌풍에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9월 CEO로 낙점된 휘트먼은 취임 이후 소신 있게 자신의 계획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마음씨 좋은 아줌마 같은 인상의 휘트먼은 PC 사업을 접자고 한 이사회 결정을 뒤집고 이를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부진의 늪에 빠진 PC 사업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기로 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휘트먼은 PC 사업만으로도 HP가 세계 50대 그룹에 속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주력 사업이기에 이를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PC 제조업으로 오랫동안 전 세계 협력사들과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당장 PC 사업을 접는 것은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 업체들과 유지해온 신뢰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다. 물론 PC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올 가을 HP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 ‘윈도8’을 장착한 태블릿PC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휘트먼이 이끄는 HP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HP 주가는 올 들어 25% 가까이 빠졌으며 현재 주가는 20달러를 밑돌아 지난 2005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휘트먼 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 구조조정 등 개혁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아직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보통 미국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기 위해선 4~5년쯤은 걸린다”라며 조만간 달라진 HP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휘트먼은 이베이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워낸 이베이 성장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가’ 에서 1998년부터 6년 연속 1위에 오른 칼리 피오리나 HP 당시 CEO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피오리나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여제(女帝)`로 불리고 있으며, 2010년에는 피오리나와 함께 정계 진출을 시도했으나 둘 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휘트먼과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던진 피오리나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마리사 메이어와 캐롤 바츠(전 야후 CEO), 버지니아 로메티(IBM CEO)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고 있는 여성 CEO들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과 달리 휘트먼 혼자 경제학 전공자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