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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애플에 2조7000억원 과징금…빅테크 규제 본격화하나(종합)

박종화 기자I 2024.03.05 08:22:11

'다른 결제방식 안내 제한은 불공정 거래'
EU 차원 첫 과징금…애플 연매출 0.5% 규모
디지털시장법 시행 앞두고 EU-빅테크 전운 고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럽연합(EU)이 불공정 관행을 이유로 애플에 2조 7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EU와 빅테크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애플,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vs “시장 현실 외면”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스포티파이 등 음악 스트리밍 회사에 대한 경쟁 방해 혐의로 애플에 과징금 18억 4000만유로(약 2조 7000억원)를 부과했다. 이는 애플 전 세계 연간 매출의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EU 차원에서 애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음원 스트리밍 회사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15~30%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을 강제한다며 애플을 EU 경쟁당국에 제소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외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업데이트를 막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은 스포티파이 같은 외부 앱 개발자가 앱 내에서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방식이 있다는 걸 이용자에게 알리는 것도 금지했다. EU는 이 같은 행위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애플은 10년 동안 앱스토어를 통한 음악 스트리밍 앱 공급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이는 불법이며 유럽 소비자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EU 결정에 관해 “애플과 같은 독점적 기업도 폭력적인 권력 행사를 통해 다른 회사가 고객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통제할 순 없다”는 성명을 냈다.

애플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애플은 EU 집행위가 소비자 피해에 관한 믿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활발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스포티파이에 대해선 지난 8년 동안 앱스토어 밖에서 1억명 넘는 가입자를 유치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애플이 항소한다고 해도 실제 판결이 나오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MA 시행 앞두고 EU-빅테크 전쟁 재점화”

전문가들은 애플에 대한 EU의 과징금 부과를 본격적인 빅테크 규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EU는 지난해 애플·구글 등 6개 빅테크를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게이트키퍼’(대형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회사가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앱마켓을 자사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해야 한다. 자사 제품·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오는 7일부터 게이트키퍼가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매출의 최대 10%, 반복 불이행이 확인되면 2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조직적인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사업부 일부에 대한 매각 명령까지 받는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DMA를 ‘전환점’이라고 부르며 “자율규제는 끝났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에 관해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 횡포에 맞서기 위한 획기적인 새 법을 어떻게 준수하고 있는지 디지털 그룹들이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EU의 이번 조치는 EU와 빅테크 간 전쟁을 재점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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